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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노래 지킴이, 박명규 명예교수를 만나다
  • 신병륜 편집위원
  • 등록 2024-07-10 16: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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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도 없이 돌아가는 축음기를 통해 옛 노래를 들으니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50여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해양 대중가요 연구가로 널리 알려진 박명규 한국해양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책장에 빼곡히 꽂힌 LP판과 해양 대중가요 연구가 박명규 명예교수


인하대를 졸업한 후 여러 조선업체에 근무했고 해양대에서 제자들을 키우다 정년퇴직을 맞이했다. 그 과정에서 한바다호 등 해양대 실습선은 물론 아라온호(대한민국 국적의 첫 쇄빙선)를 설계하기도 했다.


두 군데의 방엔 선박 설계도면과 서적, 색 바랜 레코드판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아버님 유품인 레코드판 수백 장이 창고에 있었는데 1999년 폐기하려고 정리하다가 마도로스 모자와 선박 사진이 담긴 재킷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물려주신 LP 2천 장 중 해양에 관련한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이후 해양과 바다 마도로스 관련한 LP 3천여 장을 더 수집하여 방 두 칸을 모두 해양음악 도서관으로 만들어 놓았다. ‘마도로스 박’,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노래를 부른 심수봉을 만나는 등 해양 관련 노래를 만든 작곡가, 작사가를 만나 노래에 얽힌 사연을 LP 판에 빽빽하게 기록하는 등 LP 판을 수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한 기록까지도 모아놓았다.



LP 판에 얽힌 기록물을 설명하고 있다.


2001년 고(故)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 박 교수에게 1934년 만들어 노후된 영도대교의 지속사용 가능성과 문화적 가치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잠수부들이 바닷속에 들어가 다리의 하부를 조사했더니 공학적으로 100년은 더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게다가 해양에 관련한 가요 중 27%가 부산항에 관련된 것인데 그중 영도다리가 중요하므로 절대 없애서는 안 된다는 논문까지 발표해 결국 부산시가 영도다리를 존치하기로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굳세어라 금순아’를 부른 현인 가수의 동상과 노래비까지 다리 옆에 설치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해양 관련 노래 등을 조사해 ‘마도로스 100년사’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래와 관련하여 여러 잡지사 및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 휴대전화도 없앴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제자가 집으로 와서 “해운대 지역에 발행되는 해운대라이프신문에 선생님의 노래 관련 에피소드를 올리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해서 해운대라이프 사무실을 방문해 예성탁 발행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회사원이나 교수 시절에도 해외에 출장을 많이 갔는데 그때마다 시간이 나면 해양 관련 노래 LP 판을 찾으러 다녔고, 제자들과 지인들도 박 교수의 생각에 공감하며 LP 판을 많이 챙겨주었다고 한다.


작년 11월에는 살루스플러스 데이케어(대표 조만태)에서 박 교수를 초청하여 ‘굳세어라 금순아’ 등 어르신들이 예전에 많이 들었던 노래에 얽힌 사연 등을 알려줘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책장 빽빽하게 있는 LP 판 여기저기에 수학 참고서들이 있어 물어보니 박 교수는 1946년생인 자신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억이 깜빡깜빡한다며 잠자기 전에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몇 개씩 풀어보는데 이것이 자신만의 치매 예방 방법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 교수가 소장한 5천여 장의 LP 판과 여기저기에 써 놓은 기록들은 지금까지 우리들과 함께 해왔지만 근래에 들어서 해양 관련 노래들이 사라지고 안 불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부산은 해양도시이기에 해양에 관련한 자료가 중요하다. 이대로 두면 박 교수의 기록들도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족들보다 사회가 나서서 자료들을 보존 관리하는 편이 나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 신병륜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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