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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 맨발로 걷기
  • 편집국
  • 등록 2024-04-11 13:59:58
  • 수정 2024-04-11 14: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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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톳길 운명은 물 빠짐이 좌우



| 황톳길 운명은 물 빠짐이 좌우


◇ 장산계곡 등산로 150m 황톳길 조성


흔히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직립보행이다. 물론 매스컴을 통해 걸어 다니는 동물들이 소개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잠시 동안이다. 


직립보행을 하는 두 발은 인체의 축소판이다. 발에는 오장육부로 통하는 경락이 모여 있어서 발바닥을 자극하면 온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발바닥에 자극을 주는 걷기를, 나아가 바르게 걷기를 권하고 있다. 해운대라이프에서도 이미 몇 년 전에 스피드워킹의 창시자 ‘데이비드 리’와 ‘주민건강걷기교실’을 매주 열어 ‘바르게 걷기’가 건강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바르게 걷기에 이어 이왕이면 ‘맨발로 걷자’, ‘바닷가에서 걷자’, ‘황톳길에서 걷자’ 등등이 생겨나 새로운 사회 신드롬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해운대구청에서 백사장 맨발걷기대회를 열고 황톳길을 곳곳에 만들고 있다. 



새로 생긴 황톳길이 주민에게 인기다 ◇ 발바닥으로 엉덩이를 지압할 때의 느낌


지난 4월 2일 보호막을 막 걷어낸 대천공원 황톳길을 찾았다. 황톳길을 걷는 주민에게 소감을 묻자 “좋죠. 산속이라 좋고 건강에도 좋고 황톳길이라 더욱 좋죠”라고 답했다.  


바람이 아직 차가웠지만 신발을 벗고 황톳길에 올라섰다. 마치 발바닥으로 상대방을 지압할 때 엉덩이 부위를 풀어줄 때의 느낌이 발바닥으로 올라왔다. 황토의 마른 구간과 젖은 구간이 구분되어 구간마다 발바닥 반응이 달랐다. 황톳길 중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는 젖은 구간은 비가 내리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미 황톳길 경계 밖으로 빠져나간 황토를 보아하니 이 역시 우천 시 황토가 쓸려 나가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이런 문제는 모두 배수와 관련된 사항이다. 황톳길을 비롯하여 주변에 배수가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황톳길은 주민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등산로를 토포장한 후 빗물로 인한 등산로 파임 현상이 황톳길에서도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등산로에서 장산사 방향으로 가는 오솔길을 황톳길이 막은 꼴이라 오솔길을 이용하려면 황톳길을 밟고 지나가야 하는 구조도 드러나 보였다.

 

황톳길로 좁아진 등산로

황톳길로 좁아진 등산로


◇ 맨발걷기 주민들의 뜨거운 반응


장산생태습지학습장 아래 도랑과 장산계곡으로 계단을 만들어 발 씻는 곳을 만든 점도 눈에 띄었다. 장산계곡에서 발을 씻고 일어서는 한 주민에게 맨발걷기와 황톳길 걷기를 체험해 보니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이미 3년 전부터 이곳 등산로에서 맨발걷기를 했다”면서 “소화불량이 다 없어지고 불면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톳길이 만들어져 너무 좋다며 맨발걷기를 적극 권했다. 


황톳길을 걷는 주민들의 황톳길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계곡 등산로가 황톳길에 자리를 내주다 보니 폭이 좁아졌다. 좁은 곳은 두 사람이 간신히 교행할 정도의 폭인데 여름철 넘쳐나는 인파를 고려할 때 황톳길이 신발 신은 발길로 망가지지는 않을까 우려되었다.

황톳길에서 걷는 동안 젖은 구간엔 물기로 발이 좀 시렸고 장산계곡물 역시 아직은 차가웠다. 그래도 발바닥의 얼얼한 기운은 건강 마일리지를 제법 쌓은 기분이었다. 


봄비 내린 다음날 물이 고인 황톳길

밖으로 쓸려나간 황토

급히 만든 배수로


| 주민들의 우려가 현실로


◇ 더 원활한 배수 대책 필요


황톳길은 뭐니 뭐니 해도 물 빠짐이 관건인데 우려의 목소리는 현실로 나타났다. 봄비가 온종일 내린 다음 날인 4일 아침 대천공원 황톳길을 점검했다. 


봄비 치곤 제법 강수량을 보인 탓일까, 황톳길이 빗물에 잠긴 곳도 있었다. 황톳길 양옆으로 급하게 만든 배수로도 보였다. 왜 진작 배수로를 건설하지 못하고 비가 내리고서야 부랴부랴 배수로를 만든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질퍽거리는 황톳길을 천천히 걷는 주민에게 상태를 물어보니 “걸을 만하다”고 했다. 


직접 실험해 보고자 황톳길에 올라섰다가 미끄덩거려 넘어질 뻔했다. 건강을 위해 만든 황톳길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구간 따라 물 범벅인 곳은 여간 미끄러운 것이 아니어서 비 온 뒤에는 대단한 주의가 필요해 보였다. 



발 씻는 곳

안내판을 시작점에도 추가로 설치하자


| 비 온 후 이용 자제해야


◇ 안내판 추가 설치 필요


이런 이유 등으로 황톳길 이용안내판에 ‘비가 온 후 황토가 마를 때까지 잠시 쉬게 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너무 젖은 상태의 황톳길은 황톳길도 보호해야겠지만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걷지 않기를 권한다. 그리고 황톳길 이용안내판을 등산로 입구 황톳길 시작점에도 추가 설치하면 좋겠다. 황톳길 위쪽 끝자락에 설치된 이용안내판이 쉬 보이지 않아서인지 비 온 다음날이나 그 다음 날에도 황톳길을 찾는 발걸음이 많았다.


비가 내린 지 3일째 되던 지난 6일 아침에는 황톳길이 몇몇 곳을 제외하면 걷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이튿날 7일 일요일이 되자 황톳길이 맨발의 주민들로 붐볐다. 그래도 아직 많이 질퍽한 구간은 물 빠짐을 해결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원활하지 못한 배수로 인해 황톳길에 물이 흥건하게 고이고 질퍽한 상태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우기철에는 아예 황톳길을 이용할 수 없을지도 모르며, 심하면 황톳길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비해 황톳길과 주변부에 더욱 철저한 배수 대책을 세워 황톳길 보호와 활용성을 높여주길 바란다.


/ 예성탁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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