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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두 의학박사의 요양병원 이야기(67) 손자의 면회
  • 편집국
  • 등록 2024-04-11 13: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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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물금역 부근에서 (촬영 : 강진경)


박 할머니(83세)는 목욕탕에서 미끄러지면서 대퇴골 골절이 생겨 수술을 받았다. 수술하고 며칠 만에 퇴원하라고 하여 우리 병원에 재활훈련과 안정을 위해 입원하셨다.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도 없고 통증도 있어 우울증으로 고생을 하셨다. 


하루는 씩씩한 군복을 입은 손자가 면회를 왔다. 손자가 입대하여 첫 휴가를 나와 할머니에게 찾아온 것이다. 할머니가 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손자가 할머니를 꼭 안으니 할머니는 통증이고, 우울증이고 싸악 사라진 느낌이다. 




군복을 입은 손자를 보니 50여 년 전 바로 손위 형이 군대 갔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는 내가 고등학생이었다. 형이 입대하는 날 어머니와 함께 형 전송을 갔었다. 


진주역 근처에 있던 중학교에 장정들이 모였다. 장정들은 수백 명이 넘었다. 군에서 나온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호명을 하더니 다 모아놓고는 “자 열 명씩 옆으로 나란히 열을 지어 앉아주세요” 라고 말했는데 장정들이 웅성거리기만 하고 대열을 이루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무섭게 생긴 한 장교가 나오더니 큰소리로 “이제부터 존칭은 생략한다. 전체 십 열 횡대로 앉아 번호!” 하고 외치니 장정들이 “뭐라 케삿노?” 하고 웅성거렸다. 그 장교가 제일 커 보이는 장정 하나를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열 명씩 줄 맞혀 앉으면서 큰소리로 하나, 둘 하고 외치란 말이야!” 하고 외쳤다. 장정들은 공포에 질려 허겁지겁 열 명씩 앉으면서 번호를 외쳤다.


하나, 둘, 셋…, 스물셋, 스물넷… 

“전체 어깨동무 앉아! 일어서!”

“앉아! 일어서!” 

군에서 나온 사람들은 장정들을 염소 몰이 하듯이 데리고 역으로 갔다.

짙은 녹색의 군용열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플랫폼에 서서 형을 보았다.

기차 안에서도 얼차려(기합)가 계속되었다. 

“앉아! 일어서!”

 “칙~~”, “푹~~” 

기관차가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신음하고 있었다. 내 눈엔 그것이 부모와 집을 떠나 처음으로 당하는 고통 때문에 내쉬는 청년들의 신음이라고 여겨졌다.

“칙~푹~칙~푹~” 

어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니 군용열차가 마치 전쟁터로 가는 기차로 보였다.  

“칙칙푹푹~ 칙칙푹푹~”  

장정들을 가득 태운 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떠나기 시작하자 수많은 어머니들이 아들 이름을 외치며 열차를 따라 뛰어가며 울기 시작했다. 

“명수야~”, “철호야~”, “영택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웬 보따리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훈련소에서 보내온 형의 신발과 옷이 담긴 보따리였는데 형의 바지에 피가 군데군데 묻어있었던 것이었다. 어머니가 형의 피 묻은 바지를 끌어안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나의 아들도 10여 년 전 군에 입대했었다. 아내도 어머니처럼 그렇게 울까 봐 군에서 소포가 오면 나에게 먼저 연락해 달라고 아파트 관리실에 부탁을 했다. 아들이 군에 가고 일주일 만에 정말로 훈련소에서 택배가 왔다. 아내 몰래 내가 가지고 와서 먼저 풀어보았다. 모두 깨끗한 상태여서 안심하고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아내가 아들의 소지품을 보고 눈물을 왈칵 쏟으며 우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마음은 꼭 같은 것인가! 아들이 입대하고 며칠 있으니 부대장에게서 편지가 왔는데 군대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요즘은 군대가 아주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남자로 태어나면 군대에 가서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 제대하여 취업하면 자기 위의 여직원과 비슷한 나이가 된다. 청년기에 군대 2년의 시간은 천금처럼 중요한 시간인 것이다. 여자로 태어나면 대부분 아기를 낳는 산고를 겪는다. 자녀는 우리 사회를 유지시키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요즘은 남자도 육아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환경이다. 자녀를 낳으면 보상을 해주듯이 군필자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정부에서 군필자에게 정년을 최대 3년 연장해 주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단순한 정년 연장뿐만이 아니라 호봉과 진급에서도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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