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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한중일 관계개선 민간도 나서자 ⑥
  • 김영춘 기자
  • 등록 2022-12-27 14: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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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일 크루즈를 통한 민간교류 활성화


12층의 떠다니는 호텔 퀸엘리자베스호


2010년 공무원 장기연수 때 ‘은퇴 후 나의 계획’이란 주제로 글을 써서 발표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때 필자는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가 가능한 나의 특기를 살려 퇴직 후 한중일 크루즈 가이드를 하고 싶다. 이를 통해 일본과 중국의 역사·문화를 국내에 알리고 한중일 국민이 상호 교류하는 데 미력이나마 기여를 하고 싶다”고 동료들 앞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


2012년 9월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일본과 중국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상호교류하면서 내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유익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3년간의 재단 근무가 끝나고 퇴직한 이후 나는 지인들을 중심으로 일본 역사기행 관광단을 모집했다. 이들과 함께 부산에서 일본을 오가는 여객선을 타고 시모노세키와 후쿠오카 주변을 여행하며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강연했다. 


일본역사기행을 통해 비록 작은 걸음이지만 한중일 크루즈 가이드라는 은퇴 후 나의 목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 등을 운행하는 크루즈가 활성화되는 듯하더니 코로나가 덮치는 바람에 한중일 크루즈 가이드의 꿈은 영영 멀어지는 게 아닌가 여겨졌다. 

 

그러던 중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출발해 7박 8일 동안 유럽을 여행하는 크루즈 여행을 직접 경험해 볼 기회가 생겼다. 지난 9월 25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후 퀸엘리자베스호에 승선해 크루즈 여행을 하고 10월 4일 바르셀로나에서 인천으로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금년 3월에 예약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2년 9개월 만에 나서게 되는 해외여행이라 걱정이 적지 않았다. 다행히 여행 직전에 모든 규제가 풀렸고 막상 유럽에 도착하니 코로나 이전으로 다시 돌아온 듯했다. 사실 2018년 10월 미국 인크루즈사의 회원으로 가입해 매달 100달러씩 4년 동안 적립금을 쌓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해외여행 규제가 다소 풀리자마자 첫 크루즈 여행에 나섰던 것이다. 


밤늦게 크루즈 모항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다음 날 오전 두어 군데 관광지를 둘러보고 점심 식사 후 바로 택시를 탔다. 크루즈 터미널에 도착해 수속을 마친 후 무사히 퀸엘리자베스호 4층 2인실에 짐을 풀었다. 퀸엘리자베스호는 부산항에도 2014년부터 4차례나 방문한 호화 크루즈선으로 갖가지 레저와 문화, 스포츠 시설이 갖춰진 12층의 떠다니는 호텔이라고 할 수 있다. 길이 294m, 폭 32.3m, 높이 63m의 선체에 승객 정원 2,081명, 종사자 980명으로 이번 여행에는 1,650명의 승객이 탔다고 한다.


영국 국적의 배라서 그런지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영미권에서 온 노인 부부들이 많았다. 한국인이 28명 승선한 데 비해 일본인과 중국인들은 코로나 규제 때문인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7~80대의 거동이 불편한 영미권 노인들은 기항지 관광보다는 배 안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와 술자리 모임을 즐기고 댄스파티, 공연 관람, 수영, 한증막을 즐기거나, 일광욕을 하면서 배 안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 독서를 즐겼다.


밤에 출발한 배는 다음날 아침에 기항지에 도착하는데 먼 거리는 이틀 만에 도착하여 종일 해상에서 이동하는 날도 3일이나 되었지만 별로 지루하지 않았다. 엘바섬, 코르시카섬, 발렌시아에서 기항지 관광을 했다. 항해 중일 때는 선내에서 탁구, 골프, 수영 등 평소 안 하던 운동도 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보며 마음에 드는 강연과 모임에도 참석해 지식과 교양, 인맥을 쌓을 수도 있었다. 매일 밤 8시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뮤지컬, 클래식, 팝송 공연은 7일 동안 한 번도 놓치지 않았고, 고급 레스토랑 또는 뷔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갤러리에서 미술을 감상하는 등 귀족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마음껏 내보기도 했다.


크루즈선에 직접 승선해 보면서 크루즈가 결코 사치스러운 관광이 아니라 국제 민간교류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산업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부산은 2019년 ‘동북아 크루즈 허브’를 지향하며 108항차의 크루즈선과 19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내년 4월 퀸엘리자베스호가 도쿄를 거쳐 다시 부산을 찾는다고 한다. 코로나 종식과 함께 한중일 크루즈도 다시 활발히 움직일 것이다. 부산항을 단순 기항지가 아닌 모항으로 키우기 위해서도 크루즈의 저변 확대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 김영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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