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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두 의학박사의 요양병원 이야기(71) 사이공에서 온 편지
  • 편집국
  • 등록 2024-06-12 13: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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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장병


박상철 님은 43년생으로 2021년 당시 78세이셨다. 한 해 전 봄부터 변이 묽고 설사처럼 나와 개인병원에서 대장내시경검사를 하니 암이 의심되었다. K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하고 항암약물치료를 12회나 받으셨다. 항암치료 중에 본원에 입원하여 링거 수액도 맞고 비타민주사도 맞고 하여 기력을 회복하곤 하셨다. 직장암 수술과 장루수술까지 하여 두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야 했다. 항문 괄약근 강화를 위해 자전거 타기를 매일 30분씩 두 번 하신다. 이분은 국가유공자로 1966년 건설 지원단으로 1년간 월남전에 참전했다고 말씀하셨다.

 

“부산항 3부두에서 미군 수송선 LST를 타고 한 달 걸려 월남에 도착했지요. 당시 수송선 4척이 함께 갔습니다. 비엔호아성 디안에 주둔하며 군수품을 실어나르는 트럭 운전을 했습니다. 작전 나가서 우리 병사들이 베트콩들이 쏘는 총에 맞아 많이 전사했습니다. 월남에는 물길이 잘 발달되어 있는데 베트콩들이 대나무 빨대롱을 물고 물속에 숨어있다가 우리가 지나가면 총을 쏘았지요. 1년 복무 후 무사히 귀국하여 대한조선공사 등에서 근무하다 중동에 진출하는 건설회사에 입사하여 사우디, 이란 등에서 발전기 전문가로 일했습니다. 발전기 2백여 대를 저 혼자 관리했지요. 제가 근무한 D 건설은 흑자가 나는데 비해 이웃 일본 회사는 적자를 면치 못하여 조사를 해보니 발전기 관리자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본 기업에서 저를 스카우트하여 6년간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이분은 국가유공자로 자부심도 높았고 정신력이 대단하여 치매수치검사(MMSE 검사)를 하니 30점 만점을 받았다. 우리 병원 개원이래 30점 만점은 처음이라고 크게 칭찬도 하고 격려를 하였다. 암 치료에는 환자 당사자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의료진, 약물, 영양 등 여러 치료 요소가 있지만 본인의 꼭 낫겠다고 하는 의지가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1975년 남월남공화국의 수도 사이공이 공산군에 함락되면서 월남전은 끝이 났고 월남전은 잊혔다. 사이공은 월남혁명지도자 호찌민(胡志明)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전쟁은 누가 기억하는가? 바로 그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과 그 가족들이 기억한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병상에 누워 고통받는 파월장병들에겐 아직도 이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월남전이 끝난 후 월남(越南)이란 말은 현지어인 ‘베트남’으로 우리나라에서 쓰이고 있다. 

 

30년 전 종합병원에서 근무할 때 베트남에서 온 한 임산부 여성이 나의 환자로 온 적이 있다. 당시는 베트남 이주여성이 거의 없을 때라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여 물어보았다.

“사이공이 함락되었을 때, 몇 살이었죠?”

“조국이 해방되었을 때 저는 6살이었습니다.”

나는 이 베트남 여성에게 빚을 갚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주었고 몇 달 뒤 건강한 여아가 우리 병원 의료진 모두의 축복 속에 태어났다. 한 달 뒤 나는 월남에서 온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사이공 발신이었다. 편지를 읽어보니 베트남 산모의 부친이 보낸 편지였다.

‘나는 사이공에 사는 응웬테훙이라는 노인입니다. 며칠 전 한국에 사는 제 딸애에게서 당신의 고마운 사연을 적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역만리에 떨어져 혈혈단신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곳에 사는 제 딸에게 매우 고맙게 대해주셔서 아비 된 이 몸 두 손 모아 감사를 드립니다.’

이분은 미군부대에서 베트남인 통역관으로 근무하다 전쟁 패망 후 수용소에 오래 억류되었다가 풀려난 특이한 경력이 있었다. 나는 답장을 하였고 또 이분에게서 편지가 왔다. 이분과 거의 1년 동안 펜팔을 하게 되면서 월남전과 이들의 아픔에 대해 깊이 깨닫게 된 경험이 있다.  


꿋꿋한 의지와 확신감으로 대장암을 이겨낸 국가유공자 박상철 님을 보면서  이분이 남은 여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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