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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포장에 앞서 배수로부터
  • 편집국
  • 등록 2023-10-10 11: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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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천공원 마사토 포장길 물고랑 생겨

비온 뒤 물길이 길게 나 있는 토포장길


인자(仁者)는 산처럼 모든 것을 품고 지자(知者)는 물처럼 막힘이 없다는 옛 글대로 물은 막힘이 없다. 늘 낮은 곳으로 임하는 까닭도 있다. 물의 성질을 알고 왕이 된 인물도 있다. 순임금은 물길을 막지 않고 터줌으로써 홍수를 조절했지만 저변에 깔린 건 몸을 낮게 낮춘 그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대천공원 토포장에 있어서도 물과 같이 막힘이 없는 지자가 등장하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9월 11일경 대천공원 내 계곡 쪽 등산로에 정비사업과 더불어 마사토를 까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맨발걷기 열풍에 부합하는 공사로 보였으나 염려도 있었다. 





주민 손모 씨는 처음 토포장 공사를 보다 “이곳은 비가 오면 흙이 쓸려내려 가기 때문에 토포장은 곤란하다”고 구청관계자에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러자 “가을이라 비가 많이 오지 않고 내년 장마 때 보수 한 번 하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구청관계자를 비웃듯 비가 연속 3일 동안 내려 토포장 길에는 황토물이 줄줄 흘러 마사토가 계곡으로 유실되었다고. 다시 한 번 손모 씨가 구청관계자에게 토포장에 대해 항의하자 “보수하면 된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굳이 손모 주민의 이야기를 접하지 않아도 토포장 길은 많이 망가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토포장 길에 물길의 흔적을 볼 수 있으며 그 흔적을 따라 흙이 유실돼 있다. 그렇다면 토포장  길을 만들기 전에 물이 흐르게 미리 길을 터줬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럼 낮은 곳으로 길을 내며 흐르는 물이 배수로를 따라 흐를 것이고 나머지 토포장 구간은 안전할 수 있을 것이다. 


길을 만들 때 특히 토포장 길을 만들 때 배수로를 내는 일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이고 공사 관계자라면 더욱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맨발 걷기용 토포장 길을 만드는 것은 물론 좋다. 하지만 이왕 만들 바엔 배수로를 만들어 비가 내려도 쉬 망가지지 않는 토포장 길이면 더 환영받을 것이다. 


토포장 길을 지날 때마다 물길이 애타게 울부짖는 것만 같다. 이래도 우리가 지나갈 수 있는 배수로를 만들지 않을래?


/ 예성탁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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