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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국 속으로 > ⑦ 장산국과 아기장수
  • 편집국
  • 등록 2023-07-25 17: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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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산국 이전의 나라가 신라와 벌인 전쟁 스토리

장산 억새


기장군 아기장수 전설


옛날 기장군 달음산 동쪽 기슭에 쉰 살이 넘은 이 씨 부부가 살고 있었다. 늦게 본 아이는 이레 만에 말을 하였고, 일곱 살이 되자 키가 9척이나 되어 장사바위를 두 손으로 번쩍 들었다. 

장사 바위골에서 아기장사가 났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자 이웃 부족 적국의 첩자들이 아기장사를 해치려고 하였다. 부모는 자객을 피해 치마산 등성이에 있는 운장대에 아기장사를 숨겼다.

아기장사는 진계등(陣界嶝)에 천마가 나타나 그 말을 타고 놀았다. 이 무렵 진계등의 텃골에는 고씨댁 딸이 있었다. 태어나자 이레 만에 큰방 대들보에 매달려서 노는가 하면 일곱 살이 되자 뒤뜰 대밭에서 왕대를 휘어잡고 대밭 위를 날기도 하였다. 

아기장사와 고씨 아씨는 진계등에서 의좋게 놀면서 힘과 기(技)를 겨루며 성장하여 마침내 부부가 되었다. 장사 부부는 변경 적병들의 노략질을 막기 위해 북쪽 큰 고개 너머에 흙으로 반월성(기장 정관읍 월평 소재)을 쌓았다. 장사 부부의 이러한 소문이 퍼지자 여러 고을의 젊은 장정들은 너도나도 반월성으로 모여들었다.

아기장사는 장정들을 조련하여 군사로 삼고 장수가 되었다. 어느 날 이 장수는 천마를 타고 반월성에서 진계등까지 달려 장군대(운장대)의 장수바위를 겨냥해 활을 쏜 후 천마를 타고 달렸다. 장수바위에 달려와 보니 화살이 보이지 않았다. 이 장수는 천마가 화살보다 늦게 달려왔다고 분개하여 단칼에 천마를 베었다. 그런데 그제야 화살이 바위에 꽂히는 것을 본 이 장수는 억울하게 죽은 천마를 화장하여 잿들[灰坪]에 뿌려 주었다.

비통에 빠진 장수는 한동안 실의에 빠져 반월성을 비우고 배회했다. 이 소식을 들은 적병들은 장수 없는 반월성을 급습, 손쉽게 점령했다. 이에 이 장수는 반월성을 탈출한 군사들을 모아 진계등을 경계로 하여 천마산 쪽에 진영을 갖추고, 적병은 진계등의 서쪽에 포진하였다. 적병의 장수는 신라의 거도장군이었다. 

거도장군은 마술놀이를 잘하는 군사를 뽑아서 말등 뒤에 달라붙게 하여 달리게 하였다. 이 광경을 본 장수는 군졸들에게 달려오는 빈 말을 잡아오라고 명령하였다. 군졸들은 무기를 놓아둔 채 새끼줄을 들고 빈 말을 잡으려고 뛰어나갔다. 이때 신라군은 함성을 지르면서 장수의 진영을 여지없이 공격하였다. 천하의 이 장수도 온몸에 화살을 맞고 고슴도치처럼 되어 싸우다가 전사하였다.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들은 고씨 부인도 장군대에서 아기와 함께 죽었다.


- 주영택이 발로 찾은 부산의 전설 보따리 <12> 장군대와 진계등



장산국 이전의 나라가 신라와 벌인 전쟁 스토리


여기에서 아기장수는 이 씨(李氏)로 그의 아내는 고씨(高氏)로 등장하고 있다. 이씨는 알 바 없으나 고씨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위대한 여인(姑)’이란 뜻으로 후대에 붙여진 듯하다. 


신라 거도장군 역시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적군을 속이려 말놀이처럼 위장한 게 아니라 사람이 타지 않은 말로 보이게 위장했다. 이는 <삼국사기 거도장군>편에 나와 있는 말을 타고 벌이는 놀이 형태와 다른 기만작전이다. 그리고 반월성과 천마의 무대 등으로 볼 때 신라가 양산지역을 차지한 후 기장 정관읍 월평 지역까지 동쪽으로 진격하는 과정에 벌어진 전투로 추정된다. 


그리고 아기장수 전설에는 다분히 신라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장수가 천마라는 월등한 말을 가졌으나 급한 성격으로 천마를 죽이고 또 이를 자책하며 성을 비우고 방황하다 성을 빼앗긴 점, 거기다 말에 대한 욕심으로 거도의 술책에 빠져 전투에 패한 점 등은 이 장수가 여러모로 부족하다 보니 당연히 신라병에 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그래서 이 전설은 이 장수 측이 아니라 신라가 힘센 이 장수와 그의 병사를 죽이고 승리한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일부에선 아기장수 전설을 장산국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신라 거도장군의 등장을 고려할 때 아직 장산국이 건립되지 않았을 시기다. 더구나 월평과 정관지역은 신라 초기 거칠산국과 우시산국을 정벌한 장토지야(張吐之野)라 칭해졌던 바로 그 장소로 여겨진다. 따라서 기장 아기장수 전설은 장산국이 아닌 거칠산국과 관련이 있는 전설로 보인다.


/ 예성탁 발행 ·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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