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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국 속으로>④ 장산국 선인의 정체
  • 편집국
  • 등록 2023-07-25 17: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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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에서 내려온 선인이 하늘로 올라갔다

재송동 장산 중턱에 있는 고씨할매당


장산국을 건국한 선인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비유법을 자주 사용한다. 우리나라 곳곳의 신화나 전설에서 등장하는 많은 상징들이 비유법에 근거한 것이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과 호랑이는 웅족과 호족에 비유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음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름난 계곡마다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지 않은 곳이 없고 경치 좋은 곳에는 여지없이 신선이 노닐었다.


먼 옛날 비유법을 모르던 인도 지역의 구도자 무리에서 상대 의견에 직설적으로 맞짱을 뜨지 못해 고심했던 이가 있었다. 출가했지만 당시 상대 의견을 밟고 자기 논리를 펴던 토론법에 적응하지 못하던 그는 결국 구도의 길을 나선다. 그가 동으로 동으로 향하다 마침내 배움을 구한 곳이 백두 아래이며 우리 민족에 의해서라 전해진다. 그는 직설화법 대신 비유화법과 더불어 남을 배려하는 겸손까지 배워 인도로 다시 돌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구도자의 무리에 끼지 못하던 그는 동구밖에 앉아 다시 고심에 잠겼다. 그러다 고뇌에 찬 한 여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서 차분히 답변을 하니 이것이 소문을 타게 되었다. 이후 구름처럼 몰려든 중생들에게 비유법과 겸손을 행해 성인의 반열까지 오른 이가 바로 석가모니라 전한다.


장산국 건국신화에도 비유법은 등장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인이란 표현은 그야말로 인간으로선 최상의 비유법이다. 신선의 나라 해동국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라면 아주 뛰어난 사람이라는 표현이다. 금관가야의 철기문명이란 앞선 문물을 지닌 선인 일행이 원주민의 눈에는 아주 우월하게 보였을 것이다. 특히 일행 중 우두머리는 선인으로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 이름도 필요치 않고 선인으로 추앙했을 것이다.


장산국 신화에서 선인이 죽자 사람들은 선인이 하늘로 다시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런 표현은 실제 ‘그가 죽은 것이 아니라 그가 온 곳으로 되돌아갔다’는 표현으로 본다. 즉 앞선 문물을 가지고 온 선인은 장산국을 세워 부족을 다스리다가 본국의 부름을 받았거나 본인의 사정으로 가야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이를 두고 선인이 하늘에서 내려와 다시 하늘로 돌아갔다고 표현한 것이라 추정한다.


만일 장산국 신화대로 선인이 하늘로 올라갔다면 흩어진 아들과 딸들이 모두 모여 후하게 장례를 치렀을 터인데 장례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고선옥(姑仙玉, 위대한 선인의 여자)이 죽자 모든 자손들이 모여 후하게 장례를 치렀다는 이야기는 전해온다. 또 선인이 가야로 떠난 탓에 아들에게 부족장 자리를 승계하지 않았고 돌아올 때까지 한시적으로 고선옥에게 맡긴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사실은 실제 선인이 죽지 않고 어디론가 떠났다는 이야기로 여겨진다.


그런가 하면 선인이 하늘로 올라간 후 고선옥은 하늘에 대고 선인을 다시 내려줄 것을 빌었다고 한다. 이는 선인이 본국인 금관가야로 돌아가자 금관가야로 연통을 넣어 다시 현지로 돌아와 줄 것을 요청한 표현일 수 있다. 아니면 부족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가야국의 왕에게 선인의 재파견을 요청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이는 선인이 금관가야의 지방관 형태나 귀족으로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 선인을 기다리고 기다린 표현은 선인이 해운포로 돌아올 배를 더 빨리 보기 위해 그녀를 장산 꼭대기까지 올려놓았는지도 모른다. 신화 속에서 그녀는 장산 꼭대기로 오르다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당시 선인의 나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결혼 60주년인 회혼례(回婚禮)를 맞이한 선인의 나이는 과연 얼마일가? 기록에 따르면 가야국의 수로왕 나이도 157세로 당시 나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혼인 환갑을 맞아 선인이 가야로 떠나자 홀로 남아 장산국을 다스리던 고선옥은 배를 타고 선인이 돌아오길 고대하다 생을 마감했다. 그후 후손들이 선인은 제쳐두고 위대한 그녀를 재송 장산 기슭에 사당을 지어 기리고 있다.

 

/ 예성탁 발행 ·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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