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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국 속으로> ③ 장산국의 건립 시기
  • 편집국
  • 등록 2023-07-25 17: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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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 기록에 단 몇 줄만 등장하고 있는 장산국은 언제 건국되었을까?

복천동 고분군


해운대지역은 이미 구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한 지역이다. 다만 장산국의 철기문명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안타깝게도 그 존재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좌동 일대는 신시가지 개발로 옛 흔적을 찾을 길 없고 인근 우동과 중동지역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근래에 들어서도 장지마을 어귀에 자리한 선돌조차 자취를 감춰 버렸다. 더 안타까운 점은 2022년 9월, 역사유적지로 보이는 장산 물망골 아랫부분이 장산마을 간 도로공사로 파헤쳐 지는 과정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거석들이 쪼개져 축대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시대를 거슬러 김수로왕 시대로 올라가 보자. 

당시 해수면이 지금보다 평균 2.5~2.8m는 더 높았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해운대지역에서 물에 잠기지 않고 사람들이 살만한 곳은 지금보다 훨씬 좁았을 것이다. 대부분 장산 기슭에서 생활 터전을 마련했을 것이며 마을과 마을 간 거리도 제법 떨어졌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런 지리적 상황에서 당시 김해지역의 금관가야가 해상교역이 활발했던 점을 볼 때 가야에서 귀족 무리가 육로보다는 배를 타고 해운대지역으로 왔을 것이다.


그러면 귀족 무리는 언제 온 것일까? 학자에 따라서는 김수로왕에게 밀려난 귀족 무리들이 김해지역을 벗어난 결과라고도 하는데, 이는 동백섬 황옥공주 전설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동백섬 황옥공주의 전설은 분명 금관가야국에서 전래된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해운대로 온 집단은 허황옥 설화를 알고 있었다고 보면 김수로왕과 허황옥간의 국제결혼 이후에 이주해왔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금관가야국의 귀족 무리가 김해지역를 떠날 때는 김수로왕과 허황옥에 얽힌 여러 신화와 설화도 민간에 널리 퍼진 시기였다. 또한 부모를 떠나온 허황옥 왕비의 애틋한 심정을 그려낼 수 있었고 불교에도 순응했던 집단으로 짐작된다. 아마 김수로왕과 허황옥 왕비가 통치하고 있었던 시기의 인물들이었거나 최소한 허황옥 왕비의 은혜를 입었던 사람들이 건너와 장산국을 건립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김수로왕은 신라의 왕이 되는 석탈해(재위 57~80년)와 싸워서 이겼다는 설화가 있으며, 신라 5대 파사 이사금(80~112년) 때 신라의 제후국 간의 다툼을 중재했다는 기록도 있다. 또 신라를 공격한 적도 있었고 신라 6대 지마 이사금(재위 112~134년)이 세 번이나 쳐들어온 것을 전부 격퇴했다고 전한다. 아마 양산지역을 통해 낙동강으로 진출하려는 신라와 금관가야 간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 가운데 점차 김수로왕의 금관가야가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수로왕의 뒤를 이은 거등왕 시절엔 포상팔국의 난(209년)으로 오히려 신라에 도움을 청해야 했고 이후 왕자를 신라에 볼모로 바쳐야 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 있다. 하지만 포상팔국의 난이 언제 일어났는지, 어느 가야가 포상팔국으로부터 공격당했고 왕자를 볼모로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견해가 다르다. 


여기에 대해 후일 정약용은 《변진별고》에서 ‘포상팔국은 원래 김수로의 통치를 받고 있었는데, 김수로가 죽자 여덟 나라가 난을 일으켰으므로 거등왕이 신라에 구원을 요청했다’고 했다. 


이러한 여러 기록에서 가야 초기로 추정되는 선인의 출발 시점이 거등왕 재위기간에 발생한 포상팔국의 난 이후는 아니라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장산국 건국은 금관가야의 급팽창 시기인 허황옥 왕비(48년~189년)나 김수로왕 재위기간(42~199년)에서 포상팔국의 난 이전으로 추정해 본다. 


그렇지만 금관가야가 위세를 떨친 시대인지라 선인이 금관국에서 파견한 지방수령관 형태인지 아니면 나름 불교에 심취한 귀족집단이었는지는 앞으로 연구를 통해 밝혀낼 부분이다.

 

/ 예성탁 발행 ·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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