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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국 속으로> ① 동백섬 인어공주가 전하는 장산국
  • 편집국
  • 등록 2023-07-20 17: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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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섬 황옥공주 인어상 <사진 : 강우동 바다해설사>


아득한 옛날 동백섬에 ‘무궁나라’가 있었다. 원래 이 나라에는 나라 이름과 다스리는 왕이 없었다. 어느 날 하늘에서 황금상자가 내려와 황금상자 속에서 황금알을 깨고 나온 어린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10여 일 만에 성인으로 자라 왕위에 올라 나라 이름을 ‘무궁’이라 지었다.

왕은 하늘의 은혜로 왕이 되었다 하여 ‘은혜왕’이라 불리면서 이 나라는 날로 번창해 나갔다. 그러나 왕에겐 마땅한 왕비가 없었다. 신하들이 은혜왕에게 결혼을 권했으나 그는 이를 사양하고 하늘이 왕비를 보내줄 것을 믿고 기다렸다. 

당시 바다 건너 대마도에는 ‘나란다국’이 있었다. 이 나라는 바닷속에 있었던 ‘수정나라’와는 아버지와 아들 같은 나라였고, 나란다국 사람들은 지느러미가 옷 속에 감추어져 있었다고 한다. 수정나라의 대왕대비는 나란다국의 공주 이름을 ‘황옥(黃玉)’이라 지었고 시집보낼 신랑감을 찾고 있었다.

어느 날 나란다국 왕과 왕비의 꿈속에 신령이 나타나 바다 건너 무궁나라의 은혜왕에게 시집을 보내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무궁나라의 은혜왕과 나란다국의 황옥공주가 결혼했고 황옥왕비가 머문 궁궐이 바로 동백꽃이 활짝 피는 ‘동백섬’이었다. 황옥왕비는 무궁나라 동백섬에 도착하여 먼저 수정나라 대왕대비인 할머니가 일러준 대로 겹겹이 겹쳐 입은 옷 중 제일 깊은 속치마를 벗어 산신령께 바치는 의식을 행했다. 그러자 지느러미는 사라지고 발이 갖추어진 완전한 사람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황옥왕비는 수정나라를 매우 그리워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옆에서 황옥을 모시고 있던 거북이는 황옥의 할머니가 선물한 황옥구슬을 황옥왕비에게 드리며 매월 보름달이 뜨면 이 구슬을 꺼내 달을 비춰보라고 일러주었다.

황옥왕비가 거북이 시킨 대로 황옥구슬로 달을 비춰보니 일순간 눈앞에 수정나라와 나란다국의 아름다운 달밤이 나타났다. 그날 밤 황옥왕비는 고국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황옥왕비가 갑자기 시집오기 전 인어공주의 모습으로 변해 바닷속을 마음대로 헤엄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가끔 목격한 사람들 사이에서 동백섬 앞바다에는 ‘인어’가 있다는 풍문이 퍼져 오늘날까지도 전해져오고 있다. 

참조 <주영택이 발로 찾은 부산의 전설 보따리 <19>황옥공주와 동백섬 인어상>


◇ 가야국 김수로왕 신화를 옮겨온 둣

 

위 동백섬 인어전설은 가야국의 김수로왕 신화와 거의 흡사하다. 하늘에서 내려온 상자와 알, 그리고 알에서 깨어난 아이가 폭풍 성장한 후 왕이 되는 과정이 너무 닮았다. 먼저 왕비를 하늘이 보내줄 것이라 믿은 왕들의 이바구도 같다. 놀라운 것은 두 공주 모두 산신령에게 고한 폐백 의식 형태 역시 같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의식은 우리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인도지역에서 행해졌던 풍습과 유사한 것으로 매우 독특하다. 가야국의 허황옥은 바지를, 황옥공주는 치마를 바친 점이 다른데 치마는 황옥공주가 인어공주라 바지를 입을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다. 오래전부터 전해온 인어공주 전설 속에서 우리는 놀라운 사실을 접하게 된다. 바로 해운대 장산국에 전해진 가야국 문화의 영향이다. 동백섬 인어전설에서 나란다국 인어공주의 이름은 황옥이고, 아유타국에서 온 가야국의 왕비 이름 역시 황옥, 허황옥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두 사람 모두 바다를 통해 이 땅에 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목걸이 형태의 작은 구슬을 가져온 허황옥과 달리 동백섬 황옥 공주는 커다란 구슬을 가진 점이다.


◇ 가야국 사람들이 그려낸 인어공주 이야기

 

왜 당시 사람들은 해운대 동백섬에 인어를 등장시켰을까? 

이는 분명 가야국 사람들이 해운대 장산국으로 진출했음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장산국으로 선인을 따라온 수행원들이 고국을 그리워한 나머지 인어를 등장시켜 고국으로 헤엄쳐 가고픈 심정을 담아냈는지 모른다. 여기다 달밤의 고국을 보고 싶어 했을 허황옥 왕비의 심정까지 그려낸 것이리라. 그 과정에서 장산국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이 살던 가야국의 신화와 인물을 등장시킨 것으로 여겨진다. 


이야기란 본래 사람들의 머릿속에 티끌 같은 기억이라도 존재해야만 전개될 수 있다. 인간은 아무런 기억조차 없는 상태에서는 그 어떤 이야기도 엮어낼 수 없다. 따라서 가야국 수로왕의 신화와 허황옥의 스토리를 모르고서는 결코 동백섬 황옥인어공주를 그려낼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가야국 신화와 닮은 동백섬 황옥 인어공주 전설은 해운대지역 장산국에 가야인들이 이주해 살았으며 그들이 그려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 예성탁 발행 ·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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