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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3-07-12 11: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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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두 의학박사의 요양병원 이야기(53)


해인사 템플스테이 중 숲속을 걷는 사람들


환자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도 80세가 넘는 고령이라 수술도 항암치료도 하지 않고 우리 병원에 입원하였다. 항암약물치료는 안 하더라도 최소한 암덩어리를 수술로 제거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유방암이 계속 진행하니 결국 암조직이 석류 송이 같이 가슴 부위의 피부 밖으로 터져 나왔다. 혹에서 진물과 피고름도 나온다. 조금만 관리가 소홀하면 구더기까지 나온다. 보는 사람도 끔찍한데 본인의 고통과 가족의 안타까움은 얼마나 컸을지 상상할 수 있다.

환자는 다행히 치매 증세가 심하여 그렇게 고통을 호소하지 않은 것 같다. 



필자가  아는 한 분은  50대 중반으로  유방암 4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였다. 다행히도 자녀들은 모두 대학생이라 가족 걱정 없이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서울과 부산의 중간지점에 있는 깊은 산에 있는 절을 소개받아 산중에서 요양을 하였다. 

수술 이후엔 자연치료법을 선택하였다. 부산의 가족도 자주 찾아올 수 있고, 수술한 서울의 병원에 주기적인 추적 검사도 받기 쉽게 중간지점을 택한 것이다. 

아침에 절에서 주는 밥을 먹고 산길을 두세 시간 걸어 마을 어귀까지 내려오면 땀이 물처럼 흘러내리고 눈도 감기고 다리가 천근만근이 되어 마을버스가 서는 정류장 근처의 평상에 뻗어 잔단다. 깨어나면 다시 절로 올라가 점심을 먹고 또 마을 어귀까지 내려온다. 그러고는 절로 올라가 저녁을 먹고 일찍 자는 생활을 하였다. 산속을 걸어 다닐 수도 있겠지만 마을 어귀 정류장을 목표로 한 것은 중간에 그만둘 수 없도록 본인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뚜렷한 목표를 정한 것이다. 

이분은 채소와 나물류로 된 절 음식만을 먹고 마침내 암을 이겨내었다. 항암투병엔 본인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자녀들과 남편이 본인의 치료방침을 존중해 주어 부작용이 심하다는 항암약물치료는 과감히 포기하고 공기 좋은 절에서 요양하면서 걷기 운동요법을 병행한 결과 암이 완치되는 판정을 받았다. 지금은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10년째 건강하게 살고 있다. 



암 진단을 받으면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르는데 우선 암 진단을 받고 치료받았거나 치료 중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암의 종류만큼 많은 암 환우의 모임이 결성되어 있어 환우모임에 가입하여 많은 치료와 예후의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직접 암 치료를 해본 선배들의 여러 사례를 들으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고 수정하고 보완해가면서 치료법을 결정할 수 있다. 

환우모임에 가입했던 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암 치료 1년 차 때는 사정을 잘 몰라 의사의 조언대로 따라 하는데 2년 차, 3년 차가 되면 연구를 많이 하여 환자 자신이 암 박사가 되기 때문에 환자의 의지나 계획대로 의사가 따라온다고 한다. 

암의 치료법은 나이나 병의 종류, 신체 상황, 신념과 의지, 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진다. 자녀가 어려 어머니로서의 역할이 많이 남아있으면 항암 3대 표준치료인 수술, 항암약물치료, 방사선치료 등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 

암 치료는 완치 목적 외에도 삶의 질 유지와 생명 연장의 역할도 있다. 자기의 몸 상태는 본인이 제일 잘 안다. 의지가 약해 힘든 항암약물치료를 견뎌낼 자신이 없으면 공기 좋은 곳에 있는 병원이나 시설을 선택하여 요양과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암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젊은 사람이나 어린이라고 피해 가지 않는다. 암 치료는 본인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자신의 병에 대해 아무런 조사나 연구도 하지 않고 의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다 보면 죽을 때까지 끌려다니며 항암 부작용으로 중도 하차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수술만 잘 되면 암 치료가 거의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암 치료란 수술이 끝나고부터 시작되는 끝도 없이 길고 환자와 보호자를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지치게 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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