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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시티 재정비 선결 요건?
  • 편집국
  • 등록 2023-03-09 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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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신시가지 조성 당시 모습 - 코오롱, 한일, 대동아파트가 보인다.


◇ “리모델링이 뭐꼬? 그라마 우리는 어데로 가는데?” 


이런 의문을 불러온 주택단지 리모델링에 이어 주택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 바람을 겪어서인지 재건축에는 주민들이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에서도 재건축 대상 단지 안전진단 완화 및 용적률 인상 등 큼지막한 골자만을 내놓고선 나머진 지자체에 맡기고 있다. 결국 그린시티 아파트 대부분은 지자체의 세부방침에 따라 그 성사 여부가 판가름날 운명이다.


지난 몇 년간 리모델링 열풍에서 드러난 사실은 아파트가 더 이상 자산증식(투기?)의 대상이 아니란 점이다. 자신이 직접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주민들은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 해서 크게 기뻐할 일이 아니었다. 


내 집 가격이 오르면 다른 집값도 오르기 때문에 굳이 오른 내 집을 팔고 현금을 손에 쥐지 않는 한 주택 가격이 오른다 해서 오른만큼 부자가 되지 않았다. 


그린시티에 처음 리모델링 바람이 불 때 리모델링을 거치면 대부분 보다 넓고, 보다 가격이 오른 아파트를 가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래서 리모델링에 동의하면 한층 업그레이드된 새집을 금방 가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거주하는 노년 세대의 주거불안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중동 제척지

◇ 제척지에 이주단지 조성?


리모델링에 이어 재건축 역시 재산적 가치 상승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안정적인 주거를 하고 있는 현재의 노인세대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먼 것은 아닐까? 노인들에게는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재산적 가치 상승도 좋지만 현재의 안정된 삶도 더없이 소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이 가진 이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명확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살고 있는 곳과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닌 인근 지역으로의 이주’라는 노인층의 희망에 부응하는 그 어떤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인층들이 “내가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느냐? 마, 여기서 그냥 살란다”고 하는 말이 그들의 거주 이주에 대한 불안한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기간 동안 최소 5~6년간 이주를 해야 하는 노인들의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따라 재건축 추진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그린시티에는 해운대신시가지 조성 당시 제외된 제척지 대다수가 아직 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에 시곗바늘이 멈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엄청나게 높게 치솟은 땅값으로 아파트를 지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개발해야 할 제척지라면 이참에 지난 신시가지를 건설할 때와 같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주대책 단지를 조성하면 어떨까? 


그린시티 아파트는 워낙 대단지라 한 번에 재건축을 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고 몇 개 구역으로 나눠 이루어질 것이다. 그럼 이주할 아파트 단지를 제척지에 먼저 조성한 뒤 구역별로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차례로 이주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그런 다음 그린시티의 재건축이 완성되면 이주 단지를 일반분양하든지 아닌 임대주택으로 돌리면 이주 문제도 해결할 수도 있고 제척지 개발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예산과 함께 그린시티를 위한 특혜의 논란이 발생해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라 짐작한다. 특히, 누가 이런 이주대책 단지를 주체적으로 해야 하느냐 하는 고민부터 발생한다. 지방정부가 할 것인가 재건축 조합이 할 것인가 등등.


장산에서 바라본 해운대신시가지


◇ 노인복지형 아파트단지 조성 필요


다른 한편으로는 재산가치 증가를 언급하기에 앞서 새로 조성되는 단지에 노인세대를 위한 맞춤형 편의시설도 구비해야 한다. 재건축이 되는 아파트 단지에 노인세대을 위한 어떠한 시설이 채워져 있는지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관건이 될 수 있다. 겉으로는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노?”라며 노인들이 말하지만 노년을 보다 외롭지 않고 의미 있게 보낼 보금자리에 대한 꿈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노인복지를 고려한 아파트 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에서 이미 성공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그린시티에 접목할 필요가 있다.


그린시티 아파트 주민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인세대의 정서를 잘 읽는 것이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일 노인세대들의 정서를 무시한 도시재정비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야말로 공염불로 끝날지도 모른다.


/ 예성탁 발행 ·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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