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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두 의학박사의 요양병원 이야기(68) 병원 노래자랑대회
  • 편집국
  • 등록 2024-04-24 11: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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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피는 화창한 계절이 돌아오면 요양병원에서 매년 노래자랑대회가 열린다.

연례행사로 올해는 직원들 9팀, 입원환자 11팀이 참가했다. 중한 병에 걸려도 노래할 수 있는 능력은 거의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 그 마지막 남은 기능을 살려 삶의 희망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환자의 대부분은 70대, 80대, 90대이다. 이분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너무 슬픈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해 저문 부두에서 떠나가는 연락선을~

가슴 아프게 가슴 아프게…

갈매기~도 내 마음~처럼 목메~어 운~다


20~30대들은 이런 가사를 들으면 어이가 없을 것이다. 갈매기가 어떻게 목메어 운단 말인가? 유람선을 타고 가다 보면 갈매기가 뒤쫓아 오는데 얼마나 상쾌하고 즐겁게 날아다니는가? 나도 갈매기가 목메어 운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세대이다. 이분들의 노래 속엔 항상 이별, 눈물, 슬픔, 빗물 등 애절함이란 단어가 나온다.


불 꺼진 선창가, 눈물 젖은 주막집, 비 내리는 차창 너머,

오늘도 정처 없이 헤매는, 울어도 어쩔 수 없는, 매달려도 어쩔 수 없는~


이런 슬픈 노래가 너무도 익숙한 세대를 살아오신 분들.


별빛도 달빛도 울어주던 그날 밤~~나는  가네~~

궂은 비 내리는 이 밤도 애절쿠려~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

빗줄기 눈물 속에 고동이 운다~

님 떠난 밤 부두에 울며 불며 새울 때 칠십 리 밤 하늘에 푸른 별도 슬퍼라~

아~ 가엾다 이 내 몸은 그 무엇을 찾으려고 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

이슬에 젖어 달빛에 젖어 밤새도록 나는 울었네


요즘 TV를 틀면 트로트가 대세인 것 같다. 트로트의 노랫말을 들어보면 대개 애절하다. 가사를 들으면 삶의 애환이나 슬픈 인생사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1920년대생, 30년대생, 40년대생은 식민지 시대를 살았고 동족끼리의 전쟁을 치르며 고생을 정말 많이 한 세대이다. 몸 전체가 눈물과 슬픔과 애절함으로 똘똘 뭉쳐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에 비하면 30대~50대인 병원 직원들의 노래는 아주 경쾌하고 즐겁다. 

요양병원에는 외부의 공연팀이 종종 찾아와 환자들에게 위안을 선사한다. 신나는 음악을 틀며 색소폰을 불면 환자들이 앞으로 나와 춤을 추며 따라 부르기도 한다.

봉사단의 무용수 중엔 할머니들도 많이 계신데 나이는 들어 보여도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이 대견하다. 은퇴한 분들 중에는 가진 재능을 묵히고 있는 분들이 많다. 이런 곳에 와서 재능을 기부하면 자신도 좋고 환자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어 좋아할 것 같다.


사람의 운명을 바꾸려면 즐겨 부르는 노래 18번을 바꾸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슬픈 노래를 즐겨 부르면 인생이 슬퍼지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면 인생이 즐거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밝고 즐겁고 명랑한 노래를 즐겨  부르는 것도 건강수명을 늘리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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