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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두 의학박사의 요양병원 이야기(63) 분노조절장애
  • 편집국
  • 등록 2024-01-25 17: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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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리영달 1962 - 남강 흑염소와 소년


박 할머니는 사소한 일에 자주 화를 내고 한번 화를 내면 물건을 던지거나 큰소리로 욕을 하며 어떤 때는 호흡까지 가빠지며 얼굴이 시퍼렇게 변하기도 하여 주위 사람들과 직원들을 힘들게 한다. 


입원환자 중에는 가족이 자기를 버렸다며 폭발적으로 화를 내며 기물을 부수는 사람도 있다. 젊은이들 못지않게 노인들도 분노조절장애가 있어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요양병원에는 이렇게 힘들게 하는 환자들도 많고 또 보호자 중에서는 찾아오진 않으면서 전화를 계속하여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따지고 트집 잡고 이런저런 요구를 많이 하여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도 많다.


40대 초반의 아주 젊은 외과계열 의사를 본 적 있다. 일반 병원에서 한창 수술을 하며 명성을 쌓아야 할 젊은 의사가 왜 수술도 하지 않는 이런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것일까?


며칠 만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의사는 아주 유능하지만 분노조절장애가 있었다. 한번 화를 내면 폭발적으로 내어 얼굴이 벌게지며 주먹으로 책상이나 벽을 마구 치며, 화를 가라앉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반 병원에 가야 할 수 있는 어려운 시술도 척척해내는 우수한 능력을 가졌지만 이 증세로 인해 일반 병원에 오래 있지 못하고 요양병원으로 온 것이다. 


이런 증세는 요양병원에서도 환영받지 못하여 1년이 되지 않아 이분은 또다시 병원에서 나가게 되었다. 이분에겐 위로 누나가 둘 있었는데 아마도 늦둥이 아들로 태어나 응석받이로 자란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엄부(嚴父) 밑에 효자 난다는 말이 있듯이 부모가 줏대를 가지고 자녀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아이들 중엔 종종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분노를 폭발적으로 표출하며 울거나, 소리 지르거나, 발을 구르거나, 발길질을 하며 뒹굴거나, 숨을 몰아쉬면서 호흡이 가빠지며 파랗게 질리거나 하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증세를 소아과에서는 ‘분노발작(temper tantrum)’이라고 한다. 부모가 아동을 일관성 없이 지도하거나, 아동을 과도하게 지적하고 비판하거나 할 때 생기는데 종종 발달장애, 자폐증이나 뇌기능 이상에 의해서도 올 수 있어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대개 이런 증상은 청소년기 이후에 사라진다. 어른이 되어도 이런 증세가 남아 있으면 사회생활에 여러 가지로 피해를 볼 수 있어 조기치료가 추천된다. 요즘은 자녀를 한둘밖에 낳지 않아 응석받이로 키울 수가 있다. 형제 없이 혼자 키우다 보면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주어야 하고 부모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끌려다니게 된다. 이렇게 키우면 결과적으로 아이에게도 평생 피해를 주게 된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사람은 본인이 정의롭지 못한 것을 보면 참지 못한다고 느낀다. 정의로운 것이란 무엇인가? 오로지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선악과 시비를 결정하는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소통과 타협이 필요하고 포기하거나 양보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분노조절장애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아 일을 저지르고 후회를 하는 사람도 많다. 


식당 등에서 아이들이 소리 지르며 마구 뛰어다니고 어지르고 주위 사람을 불쾌하게 해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 젊은 부모도 있다. 싸우고 들어와도 제 자식만 안 맞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다. 


옛날에는 집안에 자녀들이 많아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어 어릴 때부터 타협하고 양보하는 기술을 습득해왔다. 하지만 요즘은 자녀들이 타협해야 할 대상도 없고 대화할 시간도 없어 제대로 된 훈련을 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청년이 된다. 군대에 가서야 많은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며 비로소 욕구를 억제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군대에서 중도 하차하여 돌아오는 경우도 흔히 있다. 부모가 확실한 신념과 일관성 있는 행동으로 자녀를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아버지의 뚜렷한 역할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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