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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별 신, 조왕(竈王)신- ②
  • 편집국
  • 등록 2023-06-14 10: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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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호의 재피방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라고 하듯이 부엌은 며느리들이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공간이었다. 특히 만병의 근원은 음식에 따라 생기므로 “부엌이 길하면 자손이 번성하고, 부엌이 흉하면 사람도 흉하다”라고 하였다.


며느리의 부엌은 일단 집안의 ‘불씨’를 보존해야 하고,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부엌 행주는 마를 날이 없었고, 빗자루는 항시 닳아 몽당비가 되도록 시집살이의 고된 터전이기도 했다.


조왕신은 며느리가 모시는 신격으로, 식구들 숟가락 숫자도 다 알고, 며느리들의 입을 통해 가족들의 모든 대소사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동짓달 23일 하늘로 올라가, 일 년 동안의 그 집안 식구들의 잘잘못에 대해 옥황상제에게 다 고한다고 믿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옥황상제에게 고할 때 입이 붙으라고 그날 아궁이에 엿을 붙여 두기도 했다. 


이는 중국에서 들어 온 풍습으로 중국에서는 조왕을 ‘조군, 사명조군’으로 부르며 남성이나 부부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우리와 달랐다. 그래서 조왕신의 비위를 상하지 않게 하려면 새벽마다 조왕중발의 물을 새로 갈아주었고, 명절이나 제사가 있으면 음식 중의 일부를 따로 떼어 조왕 상을 따로 부뚜막에 차려 조왕을 섬겼다. 그리고 조왕신의 노여움을 살까 봐, 아궁이 수리를 하는 등 부엌을 수리하는 일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특히 아궁이에 불을 넣으며 남을 헐뜯는 악담은 절대 금기였다.


사찰에서도 그 자취가 뚜렷하게 남아 공양간에 ‘조왕대신’이라는 남성 신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나무조왕대신(南無   王大神)’이라는 글자로 대신 봉안하기도 한다. 그리고 땔감의 신 ‘담시역사(擔柴力士)’와 조리의 신 ‘조식취모(造食炊母)’와 함께 있는 조왕탱화로 봉안하기도 한다.


요즘은 집들이 선물로 가전제품이나 커피 머신 등을 선호하는데, 예전에는 ‘성냥과 양초’가 집들이 선물로 정해져 있었다. 모두 불처럼 살림살이가 일어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이도 불의 신 조왕을 섬기는 풍습에서 유래했다.


조왕은 아궁이가 있다고 아무 데나 모시는 신이 아니었다. 아궁이는 ‘아구, 아귀, 아가리’에서와 같이 ‘입 주둥이, 주둥아리’라는 뜻으로 아궁이는 ‘불이 들어가는 입이’라는 뜻이다.

안채의 부엌은 밥을 안치는 제일 큰 가마솥과 국을 끓이는 작은 솥이 걸쳐져 있었고, 넓은 부뚜막이 있어 조왕을 반드시 여기에 모셨다. 그래서 조왕신의 또 다른 이름이 ‘부뚜막 신’이었다.


예전에는 오로지 땔감으로 음식 조리와 보온을 했기 때문에 부엌 아궁이와 멀리 떨어진 곳은 땔나무가 있었고, 아궁이 옆에는 항상 부작대기, 재 당그레, 빗자루, 짚방석이 갖춰져 있었다.

이 땔감을 얻기 위해 남자들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지게를 지고 거의 매일 산과 들을 돌며 나무를 해왔는데, 그중에서 제일 좋은 땔감은 소나무로, 솔가지나 솔방울, 갈비 등 하나도 버릴 것이 없었다.


한편 아궁이 불은 그냥 땔감을 막 집어넣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부작대기를 잘 놀려, 센 불, 중 불, 약 불을 만드는 불을 다루는 요령을 터득해야 했다.


옛 여성들은 굳이 기상정보를 듣지 않아도 아궁이 앞에 짚방석을 깔고 앉아 부작대기로 불을 지펴보아 그날 날씨를 예측했다. “비 오는 것은 밥 짓는 부엌에서 먼저 안다”라는 말 같이 아궁이에 불이 잘 들어가고 연기가 잘 빠지면 날씨가 좋을 것이라고 알았고, 연기가 깔리고 불이 잘 안 들어가면 비가 올 것이라고 짐작을 했다.


연기 자욱한 부엌에서 삼십촉 백열등 아래에서 밥이 눌어가는 구수한 냄새와 시락국 넘치는 냄새와 고등어 굽는 냄새가 진동하면, 부지런히 식구들 밥상에 동치미와 고추 짠지와 김장김치를 차리는 할무니와 어머니의 모습이 조왕할매로 떠오른다.


여루여루 지신아 조왕지신 울려주자

큰솥동솥 정답구나 올막졸막 예쁘구나

큰솥에서 밥을짓고 동솥에서 국끓이고

큰솥이라 서말지요 동솥이라 두말지세

소쾌에서 갖어왔나 중점에서 갖어왔네

참나무로 불을때나 소나무로 불을때나

타는불에 밥을짓고 모닥불로 밥자진다

두동세가 모였구나 삼동세가 모였구나

풍년지면 맨자지요 평년이면 쌍반지기

흉년지면 꽁보리밥 서숙밥도 귀할래라

큰동세가 밥을퍼고 둘째동세 상차리고

오리도리 도리판에 수저놓기 쉽다드냐

조왕님이 조화부려 익은음식 점지하사

충충시하 어른앞에 차례때로 상나르고

남은음식 긁어모아 동세끼리 나눠먹네


국악인 김준호




덧붙이는 글

재피방은 ‘조그마한 방’이란 뜻의 순우리말로 국악인 김준호, 손심심 부부가 운영하는 블로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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