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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독서클럽 세번째> 팀 마샬 저 '지리의 힘'
  • 박동봉편집위원
  • 등록 2023-03-09 17: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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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을 구하거나 가게를 낼 때 우리는 원하는 지역의 입지 여건을 먼저 살핀다. 건축물은 바꿀 수 있지만 자연환경과 사회기반시설은 쉽게 바꾸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기반한 지정학적 요인도 마찬가지다. 산맥이나 강 같은 물리적 지형뿐만 아니라 기후, 인구, 문화지역,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성 등은 특정 국가의 사회적 발전과 국제관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지리의 힘>은 25년 동안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온 저자가 세계 각 지역의 갈등과 분쟁 지역을 취재하면서 “이념은 부침을 겪지만 지리적 요소는 시간이 흘러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세계 주요 국가와 지역들을 지정학적으로 조감한 책이다. 2016년에 출간돼 현재 국제정세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전 세계 10개 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분석은 여전히 깊은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한반도 주변 국가인 중국, 일본, 러시아에 대한 지정학적 분석이다. 드넓은 중국 대륙을 평정하느라 혼돈의 4천 년을 써버린 중국은 21세기에 이르러 국제적인 해군력 없이는 패권국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남해9단선) 등에서 영유권 분쟁을 치르고 있다. 이 경로를 통해 자국의 상품이 해외로 나갈 수 있고 또 그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자원들이 자국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동쪽에 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 지역 역시 중국에게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 신장은 8개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중국 심장부의 완충지 역할을 하고 있고, 티베트 지역은 인도의 북동진을 막기 위해 중요한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표준시간대만 무려 11개나 되는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나라이다. 영토의 75%가 아시아에 있지만 인구의 22%만이 거주하고 있어 사실상 유럽 국가인 러시아는 진정한 강대국이 되기 어려운 지리적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대양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동항의 부재다. 러시아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과거 동유럽 국가들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해 러시아의 안방을 위협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정학적 원인은 여기에 있지만 냉전시대의 사고로 지역의 패권을 추구하는 러시아의 만행은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지도에서 보기와는 달리 핀란드나 독일보다 국토 면적이 넓은 일본은 국토의 4분의 3이 사람들이 거주하기 어려운 데다 천연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나라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차이나를 침공한 것 역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서였으나 미국의 반발에 부딪혔고 이는 진주만 공습으로 이어졌다. 일본은 패망했지만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군사적 개입을 선택하면서 군국주의를 부활하려 하고 있다.


한국은 그 위치와 한반도 내에 지리적 천연 장벽이 없다는 이유로 21세기인 지금까지도 강대국들의 경유지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는 21세기인 현재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복잡하지 않은 한반도의 지형 때문에 남과 북 사이의 인위적인 분단 또한 가능했으며,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 된 것은 전 세계 다른 국가들에게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미국이 자신들의 뒤에 버티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지정학이 지리결정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정학은 정책수립의 영역에서 사물과 현상의 전체 맥락을 바라보도록 도와주는 관점일 뿐이며, 그 관점은 국가들 간 국력의 상대적 변화를 발생시키는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갱신된다고 밝혔다.


/ 박동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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