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5일 오후 3시 장산 대원각사에서 ‘제12회 곤론마루호 희생자 추모제’가 열렸다. 곤론마루(崑崙丸)호는 태평양전쟁 막바지인 1943년 침몰해 5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관부연락선(현 부관페리의 전신)이다.
1943년 10월 5일 새벽 1시경, 시모노세키항을 출발해 부산으로 향하던 중 큐슈 북방 오키노시마 인근 해상에서, 일본군 2천 명이 승선해 부산으로 이동한다는 첩보를 받은 미 해군 잠수함 와후(USS Wahoo, SS-238)호의 어뢰 공격을 받았다.
당시 도쿄에서 시모노세키로 향하던 수송열차가 고장으로 연착해 일본군들은 승선하지 않은 상태였다. 배는 바로 침몰했으며, 승조원과 승객 등 탑승자 655여 명 중 583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구조된 인원은 약 72명에 불과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조선인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언론보도를 통제하여 침몰 사실을 숨겼고, 희생자 가족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피해자들의 사망 경위를 알고 탑승객 명단과 호적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는 해운대 장산 대원각사에서 ‘제12회 곤론마루호 희생자 추모제’를 봉행했다. 이는 이름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오랜 세월 아픔을 간직해 온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다시는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위해서다.
이번 추모제는 불교, 기독교, 성공회 등 여러 종교의 성직자들이 함께 기도하며 평화와 화해를 바라는 마음을 모아 희생자들의 넋을 함께 위로하고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더욱 각별했던 것은 곤론마루호 참사로 아버지 김주경(당시 22세) 씨를 잃은 유복자 김세량(82) 씨가 미국 버지니아에서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 세대까지 모두 7명의 가족들과 함께 처음 부산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서 오랫동안 아버지를 추모해 온 김영자(87) 씨와 처음 만나 함께 희생자 영전에 향을 올렸다.
83년 전 같은 바다에서 가족을 잃고 서로의 존재를 모르며 살아온 두 유족이 장산 꼭대기에서 비로소 만난 것이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