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예전 소시적에 대금(大笒)을 조금 불었다. 동지들의 덕으로 형편없는 실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 무대에 오르는 영광도 누려보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 불던 대금은 어느새 한낱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갑위의 대금
그런데 대금의 구멍이 13개라니?
대금의 구멍은 10개(정악대금) 혹은 9개(산조대금)가 아닌가? 그렇다. 지금 위 사진에 보이는 정악대금의 구멍은 분명 10개다. 뒤에 살짝 모습을 드러낸 산조대금 역시 9개의 구멍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인 대금 제작법은 조금 달랐다. 원래 대금은 모두 13개의 구멍을 뚫어 만드는 것이 정석이었다. 조선 성종 24년(1493), 성현(成俔) 등이 왕명에 따라 편찬한 음악서 『악학궤범』에는 그 제작 규범이 그림과 함께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 도해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오른쪽부터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는 취공(吹孔) 1개, 갈대청을 붙여 맑고 떨리는 소리를 내게 하는 청공(淸孔) 1개, 손가락으로 막아 음을 만들어내는 지공(指孔) 6개가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음을 조율하기 위한 구멍 5개가 따로 뚫려 있다. 『악학궤범』은 이 다섯 구멍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此五孔俗云七星孔” 즉, “이 다섯 구멍을 속칭 칠성공(七星孔)이라 한다.” 결국 전통적인 대금의 제법에서는 취공 1개 + 청공 1개 + 지공 6개 + 칠성공 5개, 모두 13개의 구멍을 뚫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왜 하필 13개인가? 우리는 흔히 13을 불길한 숫자로 생각하지 않는가?
둘째, 취공 1개와 청공 1개, 그리고 실제 연주에 사용되는 지공 6개는 악기의 기능상 필요한 구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음 조율을 위한 구멍을 다섯 개나 더 뚫어 전체 13개를 만들었을까?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다섯 구멍을 왜 ‘오성공(五星孔)’이라 하지 않고 칠성공(七星孔)이라고 불렀느냐는 점이다.
셋째, 지공이 하필 6개라는 것도 단순한 우연일까?
악기, 특히 전통시대의 악기는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도구만은 아니었다. 전통시대 사람들에게 악기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음향 매체인 동시에, 세계와 인간에 대한 관념을 담아내는 상징물이기도 했다. 의례의 도구로 사용되었던 악기에는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질서와 사상이 투영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대금 13개의 구멍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다음 글부터 이 세 가지 의문을 하나씩 따라가 보면서, 대금의 구멍에 담긴 전통시대의 숫자와 상징의 세계를 차근차근 풀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