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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두 의학박사의 요양병원 이야기(109) 혈전증
  • 편집국
  • 등록 2026-09-18 17: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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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올레길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진료전달 체계상 환자는 1차의료기관(의원급)에서 진찰한 후 수술이나 전문치료가 필요하면 2차의료기관(병원급)에서 진료하고, 암 같은 병은 대학병원급인 3차의료기관으로 전원한다.  


암 수술이나 항암약물치료는 대개 대학병원급에서 전담하는데, 수술이 끝나면 며칠 만에 바로 퇴원시킨다. 이런 환자들이 주위의 요양병원에 와서 요양과 회복을 하여 2~3주 간격으로 항암약물치료를 받으러 간다. 항암치료 중인 환자가 입원하면 요양병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는다. 


“항암치료를 하면 뼈도 피부도 약해져 살짝 넘어졌는데도 골절이 쉽게 옵니다. 낙상하면 노인 환자들은 대퇴골 골절이 잘 일어납니다. 폐렴이 생길 수도 있고 삼킴 장애로 음식 먹다가 질식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워 있다 보면 혈액순환이 느려져 끈적한 피가 굳어 혈전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혈전이 뇌로 가면 뇌경색이 되고 심장으로 가면 심근경색이 되어 갑자기 한밤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3차병원에서는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의사, 간호사 등 숙련된 의료진들이 달려와 우수한 장비로 소생을 시키지만 요양병원에서는 신속한 처치가 어려워 구급차로 큰 병원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암 말기 환자들은 대부분 연명술이나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 추세인데 혹시 갑자기 심정지가 왔을 때 연명술이나 심폐소생술을 하시겠습니까?”


암 말기까지 오다 보면 환자도, 보호자도 탈진하기 때문에 열에 아홉은 연명술이나 심폐소생술을 거부하여 서약서에 서명을 한다.


필자는 혈전증에 대한 악몽이 몇 번 있다. 30대 중반 한창 종합병원 산부인과 과장으로 열심히 일할 때이다. 아기를 분만한 산모가 다음날 화장실에 가다 갑자기 쓰러져 심장마비로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가족들이 병원 진찰실에 몰려와 거칠게 항의를 했다.


“내 아내 살려내라”, “내 딸을 살려내, 이놈아”, “우리 엄마 살려내세요”, 산모의 남편이  멱살을 잡고 흔들며 외쳤다. “내 아내가 왜 갑자기 죽었어? 왜 그런지 이유를 말해봐, 이 양반아.” 입장을 바꾸어 내가 산모의 남편이라도 충분히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내심 이해가 되었다. 


아기를 잘 낳고 하혈도 많이 없었던, 멀쩡하던 산모가 왜 갑자기 쓰러지며 죽었는지 담당 의사도 잘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심정지가 온 것은 혈전증 가능성이 제일 큽니다.” 부검을 하여 사인을 밝혀내었는데 혈전증이었다.


이 산모는 분만 후 오래 누워있는 바람에 혈액순환장애를 유발했고, 끈적한 핏덩이에 심장관상동맥혈관이 막혀 심근경색증으로 갑자기 쓰러지며 심장마비를 초래했던 것이다.

이 경우에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병원에서 죽었으니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장례비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으로 해결이 되었다. 산모가 예상치 못하게 사망하면 유가족들은 백번 병원 책임이라고 말하겠지만, 의사도 밤새 열심히 힘든 분만을 도우며 일했는데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면 이런 힘들고 위험한 일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게 된다. 그래서 지방의 응급실을 밝히던 불빛이 하나씩 꺼져가고 있는 것이다. 

2024년 의료대란 이후 필수의료가 급속히 붕괴 중이다. 필수의료가 붕괴되는 첫 번째 요인은 의료진에 가해지는 사법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응급실에 오는 환자는 시한폭탄을 지닌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하지만 검사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사람마다 체질이 달라 앞으로의 경과를 예측하기도 힘들다.


침묵의 살인자 혈전증

장거리 비행기를 타고 오래 같은 자세로 앉아있다가 혈전증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 장거리 비행 때는 물을 자주 마시고 화장실에도 자주 다니며 복도를 걷는 것이 혈전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의 몸이란 잘 관리해도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가 있다. 혈전증, 뇌경색, 심근경색은 아무리 예방하려고 해도 예방이 잘 안되는 특성이 있다.  갑자기 일을 당하면 사람들은 아주 당황한다.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증 등 응급상황이 생기면 빨리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최선이다. 심혈관질환은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도 있고 영원히 장애인이 될 수도 있으며 사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위급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이웃을 평소에 만들어두자. 119에 연락해도 대문을 열지 못해 시간을 지체하는 수가 있다. 쓰러져도 휴대폰을 손에 들고 대문을 열고 쓰러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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