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스스로를 동이족이라 하는가?
‘동이(東夷)’라는 말은 본래 중국 중원 왕조가 자국을 중심(중화)에 두고 동쪽의 이민족을 비하하여 부르던 타자적(他者的) 명칭이자 지리적 기반 명칭이다. 따라서 이 개념을 이해하고 다룰 때 몇 가지 중요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 ‘동이(東夷)’ 명칭의 역사적 변화
초기 상나라 시기 의미에는 갑골문이나 서주 시대의 ‘이(夷)’는 단순히 ‘동쪽 사람’ 또는 ‘큰 활을 쏘는 사람(大+弓)’이라는 형태적 의미나 지리적 지칭에 가까웠으며, 반드시 극단적인 비하의 의미만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다 한나라 이후 한족(漢族) 중심의 천하관과 중화사상이 정착되면서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으로 나누어 주변 민족을 ‘오랑캐’로 비하하는 개념이 강화되었다. 한서(漢書)나 후한서(後漢書)의 ‘동이전’은 중국 사관의 관점에서 동쪽 여러 민족(고구려, 백제, 신라, 부여, 왜 등)을 묶어 부른 것에 불과하다.
2. 우리 민족이 스스로 ‘동이’라 불렀는가?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이 자의적으로 스스로를 ‘동이족’이라고 부른 적은 거의 없다.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등 우리 역사 속 국가들은 스스로를 ‘고구려 사람’, ‘고려인’, ‘조선 사람’으로 인식했다.
중원과의 외교 문서(표문 등)에서 낮춰 부르거나, 중국 측 사서의 범주를 인용할 때 간혹 쓰이기는 했으나, 이는 외교적·문헌적 관습에 불과했으며 민족적 정체성의 뿌리로 삼은 것은 아니다.
20세기 초 신채호 선생 등 민족사학자들이 민족의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중국 사서 속 ‘동이’ 기록을 역용(逆用)하여 “중국이 동이라고 부른 족속 중 상당수가 우리 민족의 선조와 연결된다”는 점을 설명하려 했을 뿐이다.
3. ‘동이족’이라는 표현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
‘동이’는 먼저 ‘오랑캐 이(夷)’ 자에 본질적으로 타자화와 비하의 시선이 담겨 있다. 중국 사서에서 ‘동이’는 시대에 따라 산둥반도 일대의 인종, 만주 일대의 민족, 한반도 및 일본 열도의 민족 등 전혀 다른 그룹들을 통칭한 용어다. 따라서 ‘동이족’을 마치 하나의 단일한 혈통이나 민족인 것처럼 쓰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정확하지 않다.

4. 어떤 대안 명칭이 적절한가?
한민족(韓民族)이나 배달겨레가 주체적인 민족 정체성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명칭이다.
조선(朝鮮)/고조선의 후손이란 명칭은 역사적 연속성과 고대 국가의 뿌리를 가리킬 때 학술적·역사적으로 정당한 표현이다. 단, ‘조선족’이라는 용어는 현대에 중국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 집단을 가리키는 특정 용어로 정착되었으므로, 민족 전체를 가리킬 때는 ‘고조선의 후손’이나 ‘조선 겨레’ 등으로 구별하여 부르는 것이 오해를 피하는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중국 중심의 사관에서 나온 비하적 명칭인 ‘동이족’을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학술적으로 고대 사료를 해석할 때 외에는, 우리 스스로를 칭할 때 한민족, 배달겨레, 단군의 후손과 같은 주체적인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