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오전, 하천 바닥에 물이 거의 없는데도 차단 게이트가 산책로 출입을 막고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 비를 기다렸는데 마침내 굵은 빗방울이 며칠 동안 쏟아졌다. 8월 15일 광복절을 지나자마자 바로 내린 비는 마치 안중근 의사의 거사 성공 소식과 진배없었다.
15일 저녁 일기예보에 따르면, 해운대 지역은 16일 흐리고 비가 오며 17일 오후부터 18일까지 많게는 200mm의 비가 내릴 것이라 했다. 이에 따라 구청에서는 지난 15일부터 대천호수의 수문을 개방해 모처럼 대천에 세찬 물줄기가 바닥을 쓸어내렸다.
16일, 이른 아침에 대천산책로를 걸어볼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새벽부터 비가 내렸지만 빗줄기가 가늘어 우산을 쓰기도, 안 쓰기도 애매했다. 대천산책로에 가보니 이미 오전 7시 30분부터 차단봉이 내려져 접근할 수가 없었다. 차단기 근처에만 가도 “위험하다”는 안내 방송이 쏟아졌다.
하는 수 없이 대천변 산책로를 따라 대천공원으로 가다 보니 차단봉이 반쯤 열려 있는 곳이 있길래 산책로로 내려섰다. 산책로를 따라 대천호수 아래까지 왔더니 산책로 차단봉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차단봉 아래로 몸을 숙여 통과하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몸을 바닥에 바짝 숙이는 게 내키지 않았는지 발길을 돌리는 주민들도 있었다.
호우를 대비해 바닥이 드러나도록 물을 뺀 대천호수
어렵게 몸을 숙여 차단봉을 빠져나와 대천호수에 도착하니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지만 이미 바닥이 군데군데 보일 정도로 물을 방류한 상태였다. 15일과 더불어 16일과 17일에도 대천산책로 주변 스피커에서 “하천범람으로 대천산책로 통행을 자제해달라”는 방송을 하며 진입금지 차단봉을 내려놨지만 정작 대천은 범람하곤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비는 17일 밤부터 18일 새벽까지 세차게 내렸다. 그런데 18일 아침엔 차단봉이 해제되어 자유롭게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오히려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18일 아침에 대천산책로가 활짝 개방된 이유가 궁금했다.

산책로 입구 곳곳에 설치된 산책로 출입 차단 게이트
주민의 안전을 위해 대천산책로에 차단봉을 내리고 대천호수의 물을 미리 빼두는 것은 재해예방을 위해 적절한 대책이다. 그러나 그 예방 조치가 지나쳐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초래하는 불편이 크다면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 될 수도 있다. 구청의 보다 현실적인 대응책이 필요해 보인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