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천제단을 향하여

주목과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태백에서
장산의 천제단을 연구하면서 테백산 천제단에 대한 동경이 시작되었다.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2026년부터 동해선이 열려 테백시까지 급행열차로도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열차를 이용해 태백으로 가는 것도 시외버스를 이용해 태백으로 가는 것도 만만찮았다. 그렇다고 혼자 차를 몰고 가는 것은 차와 더불어 운전자도 연식이 오래되어 녹녹치 않았다.
그러던 중 이무성 해운대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과 의기투합해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날 태백으로 전기차를 몰고 향했다. 고속도로로 포항을 거쳐 국도를 이용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경북 북부와 강원도 남부를 지나는 길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과 함게 아주 고즈넉했다.
낙동강 발원지 황지를 거쳐 한강 발원지 검룡소를 방문하니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태백고원휴양림에서 1박 후 유일사 주차장으로 향했다. 전날의 더운 날씨를 감안할 때 태백산으로 오르기가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일엔 뭉게구름이 태양을 가려줘 더위 걱정없이 산행을 시작했다. 등산로 초입에서 태백산신에게 무탈을 기원하는 기도도 잊지 않았다.
유일사 주차장에서 천제단으로 오르는 길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간혹 주목이 나타나 쇼를 펼치지 않았다면 더 힘든 산행이 되었을 것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은 정말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생각 같아선 일정을 더 연장해 아주 천천히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다 담고 싶었지만 그렇 수 없는게 너무 아쉽게만 느껴졌다.

장군단

장군담 제단위 입석 3개. 환인.단군.환웅을 상징한다
이윽고 나타난 장군단은 현대적 느낌이 너무 강했고 이어 등장한 천제단 역시 그랬다. 하늘 아래 천제단에서 제단을 촬영하자니 어디선가 까마귀가 나타나 제단 주위로 빙빙 그린다. 길도인 까마귀에다 더구나 천왕단에 등장한 까마귀라 더욱 귀해보였다.

천왕단-상공에 까마귀가 날고 있다.

천왕단 제단

천왕단과 태백산 표지석
휘청이는 다리를 추슬러 하단으로 향하는데 몹시 힘이 들었다. 그러나 하단을 마주하고서 장군단과 천왕단과는 아주 다른 느낌을 받았다. ‘아! 여기가 진정한 천제단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단에서 우리 선조들이 그들의 방식대로 천제를 모시는 광경을 상상하면서 다시 천왕단으로 오르는 길에서 뜻밖에 은난초를 만났다. 오솔길 따라 은난초가 군락을 아주 빽빽하게 이루고 있었다. 귀한 은난초가 태백산에서는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진정한 천제단인 하단.칠성단.부소단-중남미 정글의 제단 같다.

천왕단에서 장군단으로 가는길
하산하는 길은 더욱 힘들었다. 특히 유일사 입구에서 유일사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은 계단이 없이 넓었어도 더 힘들었다. 무릎의 도가니가 다 터져나가는 듯했다. 새로 강원도지사가 된 인물에게 이 구간에 모노레일 설치를 권하고 싶다. 태백산을 찾다 무릎이 터지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라 미리 방지하는 차원에서다.

살아 천년,죽어 천년 주목
주차장에 내려서니 그동안 미뤄 두었던 숙제를 다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