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는 노인을 돌보는 것이 가족의 당연한 책임으로 여겨졌지만,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는 오랜 돌봄 질서를 바꾸어 놓았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1인 가구의 확산은 가족 돌봄의 한계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고 있다. 과연 누가 우리의 노년(老年)을 지킬 것인가.
현재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장기요양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장기요양기관을 단순한 복지시설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실은 장기요양기관이 가족을 대신하고, 병원을 보완하며,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돌봄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현장의 하루는 치열하다.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식사와 투약을 관리하는 일은 기본이다. 낙상 위험이 있는 어르신을 집중적으로 돌보는 한편, 보호자 상담과 병원 협의, 응급상황 대응도 동시에 이루어진다. 종사자들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어르신의 삶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키는 전문가들이다.
문제는 이러한 돌봄 체계가 종사자와 운영자의 희생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력 부족은 만성화되고 있으며, 어렵게 채용한 인력도 높은 업무 강도와 낮은 처우로 인해 오래 근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이 떠나면 남은 직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이는 다시 이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요양 현장이 유지되는 이유는 결국 사람 때문이다. 숙련된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의 작은 표정 변화만으로 건강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사회복지사는 어르신의 욕구 변화와 보호자의 불안을 먼저 읽어 대응한다. 운영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구청, 의료기관과 가족, 종사자 사이를 조율하며 돌봄의 균형을 유지한다. 지금의 장기요양은 현장 종사자들의 책임감과 헌신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돌봄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장기요양기관을 단순한 복지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의 필수 인프라로 인정해야 한다. 병원에서 퇴원한 어르신이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과정, 보호자가 돌봄 공백에 직면했을 때, 치매 어르신의 보호를 위해 가장 먼저 의지하는 곳이 바로 장기요양기관이다. 따라서 의료, 요양, 돌봄의 연계 체계 구축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한 운영자의 역할 역시 재정립되어야 한다. 오늘날 장기요양기관 운영자는 단순한 시설 관리자가 아니다. 어르신의 건강과 생활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보호자와 의료기관을 연결하며, 다양한 돌봄 자원을 조정하는 지역 돌봄 코디네이터에 가깝다. 이러한 역할에 걸맞은 권한과 자율성이 보장될 때 보다 책임 있는 운영도 가능해질 것이다.
다시 묻는다. 누가 노년을 지킬 것인가. 그 답은 이미 현장에 있다. 다만 그들이 언제까지 지금처럼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장기요양기관을 지역사회 돌봄의 핵심 인프라로 인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마련될 때 비로소 우리의 노년도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조만태 / 살루스해운대통합돌봄센터 원장 ·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