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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편집국
  • 등록 2026-06-28 11: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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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글/박하 시인. 사진/예성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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