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에는 다시 현수막이 걸리고 후보들은 수많은 공약을 쏟아낸다. 그러나 이번 2026년 6·3 지방선거를 단순한 정치 일정 정도로만 바라본다면 중요한 현실을 놓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단순히 누가 권력을 잡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고 재설계할 것인가의 갈림길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절박하다. 인구 감소는 이미 통계가 아니라 일상이 되었고, 지역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빈 상가와 폐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방은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 속도 또한 예상보다 빠르다.
그 중심에는 교육 문제가 있다. 교육은 단순한 입시 문제가 아니다. 지역에 학교가 유지된다는 것은 청년이 남아 있다는 의미이며, 대학이 존재한다는 것은 지역 산업과 공동체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좋은 대학과 일자리,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충원율과 취업률 같은 수치 관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학생이 교육의 주체가 아니라 행정 지표 속 숫자로 취급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현장실습과 산학협력은 교육보다 인력 공급 논리에 가까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다.
여기에 생성형 AI 시대까지 시작되었다. AI는 이미 글쓰기, 번역, 코딩, 설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거나 보조하고 있다. 앞으로의 교육은 단순 암기와 반복 학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윤리 의식, 협업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변화에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가.
이번 선거는 바로 이런 질문들 앞에서 치러진다. 누가 더 자극적인 구호를 외치는지가 아니라, 누가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방 교육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청년들이 왜 지역을 떠나는지, 대학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AI 시대 교육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투표는 단순히 정치인을 뽑는 행위가 아니다. 사회의 방향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가 바뀌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하지만, 참여를 포기하는 순간 사회의 방향은 결국 소수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민주주의는 완벽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사회 구조 전체가 흔들리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교육 문제, 지역 소멸 문제, 청년 문제는 따로 해결할 수 없는 연결된 과제들이다. 결국 시민들이 어떤 가치와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책도 달라진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요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지방이 무너지면 국가 균형이 무너지고, 교육이 흔들리면 미래 경쟁력도 흔들린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6·3 지방선거는 중요하다. 단순한 정권 경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구조를 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한 표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사회는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움직인다. 6월 3일, 꼭 투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률 / 대학교수 · 수학교과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