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스코에서 열린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및 제6회 국립공원의 날’ 행사
지난 3월 20일 오전 10시, 해운대 벡스코에서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및 제6회 국립공원의 날’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금정산은 지난해 11월 28일 우수한 생태·문화 자원이 확인되어 우리나라 24번째 국립공원으로 공식 지정됐으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3일부터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주진우·정동만·백종헌 국회의원, 김두관 전 의원, 변성완 민주당 시당위원장, 범어사 방장스님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벡스코 광장에서 열린 기념식 부대 행사에서는 우리나라 24개 국립공원과 올해 국립공원 주요 정책방향을 소개하고, 금정산국립공원 깃대종(대표종) 선정 조사, 국립공원 캐릭터 상품 소개, 국립공원 내 명품마을 및 마을기업 등을 알리는 홍보관도 보였다.
장산 정상
그런데 벡스코 바로 뒤에 우뚝 선 장산은 정작 잠잠하기만 하다. 장산은 금정산과 같은 자연공원법에 근거해 4년 반 앞선 2021년 9월 구립공원으로 발족한 선배 자연공원이다. 국립공원과 구립공원은 지정, 해제, 용도지구, 행위 제한, 공원위원회 운영 등 자연공원법의 같은 규정을 적용받고 단지 운영주체만 다를 뿐이다. 즉, 국립공원은 국가인 국립공원공단이 예산을 들여 운영 관리하고 구립공원은 구청의 예산으로 운영관리한다는 차이만 있다.
2020년경 장산구립공원 지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기자가 “구립공원 지정이 별 실익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자, 구청 관계자는 “오랫동안 무질서하게 정비되지 않은 장산마을을 정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때 기자는 ‘공원 지정을 계기로 장산마을이 정비되겠구나’하는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2024년 5월에 장산구립공원위원회가 열려 결정고시가 이루어진 이후, 지금은 구청 내부에서조차 구립공원을 들먹이는 것이 금기시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국내 최초의 구립공원을 지정한다며 들인 ‘장산 백년대계 기본계획수립용역비 2억 원, 장산 명품마을 정비용역비 1억 원’, 공무원 조직 신설과 출장 등에 들어간 수억 원이 넘는 예산은 사실상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군부대 경계를 따라 임도가 개통되면 구립공원계획에 따라 장산마을 이주단지를 조성하고 대원각사 주변에 관광시설을 확충하는 등 장산마을 주변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단법인 장산마을발전협의회까지 발족했지만, 해운대구청은 다른 세상의 일인 듯 전혀 무관심하다.
현재 임도공사는 전체 2.3km 중 신해운대역 쪽 입구에서 100m 구간의 지주의 동의를 못 받았다는 이유로 2022년 1월 착공 이후 4년 넘게 중단됨으로써 무용지물로 방치되어 있다. 담당 공무원이 뉴욕까지 찾아가 지주를 설득했지만 결국 동의를 얻지 못해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전 국토에 실핏줄처럼 도로망이 깔려 있는데 이 도로들이 모두 용케 지주의 동의를 얻어서 완성됐다는 말인가?
3년 전 장산구립공원위원회에서 유도형 위원이 장산마을 주민들의 숙원 해결을 위해 도시계획사업으로 시행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하는데, 절차에 따라 토지보상비를 공탁하고 강제시행하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가? 구청의 무능과 의지 부족을 탓할 수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계획된 장산마을 이주단지도 예산 사정상 시행이 어렵다면 현 상태에서의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의한 가로망 계획, 하수시설 정비 등 다른 대안을 세워서라도 추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장산마을 주변은 해운대의 산악명소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데도 해운대구의 무사안일한 행정에 장산마을의 슬럼화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