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사진 : 리영달)
긴 병 끝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있다. 말기 암이나 말기 질환을 가진 부모를 모시는 자녀들도 큰 고통을 당한다.
이성철(40년생, 86세) 님은 2년 전 3월, 요통과 황달 증세를 보이고 소변이 검게 나와 큰 병원에 가려고 2층에서 내려오다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면서 계단에서 굴렀다. 이마가 찢어져 병원에서 치료하고 엠알아이(MRI) 검사를 해보니 담도암이 발견되었다. 고령이라 수술은 못하고 내시경으로 담즙 배액관을 시술하고 인근의 요양병원에 입원하였다. 입원하여 두세 달 경과하면 담낭(쓸개)에서 십이지장으로 내려오는 통로의 담즙 배액관이 막혀 다시 큰 병원에서 스텐트를 넣어 뚫는 시술을 반복했다.
이분은 자녀가 2남 1녀인데 아들 둘은 서울에 있고 딸은 경기도에 있어 시술을 할 때마다 자녀들이 휴가를 받아 부산까지 내려온다. 큰 아들이 휴가 내어 부친을 큰 병원에 입원시키고 며칠 간병하다 가면, 둘째 아들이 휴가를 내어 부친의 퇴원 수속을 하고 우리 병원으로 모시고 온다.
지금까지 꼬박 2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담즙 배액관을 뚫는 시술을 7차례나 하였다. 한 번 시술하고 입원치료하는 데 암 치료 산정특례 혜택을 보아도 2~3백만원 들고 퇴원할 때 가지고 오는 약 값만 해도 40~50만 원이나 든다고 한다.
서울에서 내려온 장남과 면담을 하였다.
“원장님, 호전될 가능성도 없는데 언제까지 끝도 없이 (담즙배액)시술을 해야 합니까? 아버지는 툭하면 전화를 하여 큰 병원 응급실로 가자고 합니다.
제 회사 사정도 어려워 휴가 내기도 힘듭니다. 동료들 중 휴가 안 쓴 사람 있으면 겨우 바꾸어서 휴가를 내어 내려오는데 병원비도 이제 부담스러워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가 화를 낼 때마다 ‘아버지, 병원비가 어디 하늘에서 떨어집니까? 저도 일을 해야 병원비를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하고 말합니다. 남동생도 여동생도 성년이 된 자녀들 키우느라 경제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저도 68년생(58세)으로 정년이 2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불쌍합니다. 몸도 약하신데 매일 아침에 죽을 끓여가지고 와서 간병을 합니다. 아버지가 장남이자 장손이라 집안 제사가 10개가 넘었는데 모두 어머니가 준비하여 치르셨지요. 어머니가 우리 집안을 완전히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지극정성으로 간병하는 배우자 A 씨를 면담해보니, 장손 가문에 시집을 와서 6개월 만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A 씨가 집안의 모든 힘든 일을 다 했다고 한다. 남편은 미장일을 했는데 해운대신도시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때 한창 일을 하여 시동생, 시누이들을 모두 출가시켰다고 한다.
“어머니는 간병하느라 골병이 들어 아버지 돌아가시면 어머니도 곧 돌아가실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들의 걱정대로 간병하다 환자보다 먼저 죽는 사람을 종종 본다. 환자가 죽으면 배우자도 몇 달 뒤에 죽는 경우가 있다. 사랑해서 저승까지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간병한다고 정신력으로 버티다 환자가 죽으면 탈진하고 지쳐서 죽는 것이다.
“원장님, 환자에게 애초에 암이라고 말을 했어야 했을까요? 이전 병원에서는 3개월도 못 간다고 하셨어요.“
“2년이나 지난 이제 와서 암이라고 말하면 배신감을 느끼게 될 수 있고, 분한 마음에 자포자기하여 식사도 끊고 돌아가실 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신 것은 모친 덕분입니다. 모친이 얼마나 정성껏 간병을 하는지 석 달밖에 못 살 사람을 2년이나 살게 하셨습니다. 정말 훌륭한 어머니이십니다.”
아내가 남편의 병을 보는 시각은 자녀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아내는 집을 팔아서라도 남편의 말기 암을 치료하려고 하는데 비해, 자녀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치료는 더 이상 못한다는 말이다.
“원장님, 이번에 또 시술을 하자고 입원하라고 하는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요즘 시대 이런 효자도 보기 힘들다. 아들도 곧 정년을 맞이하고 정년 이후에 3~4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가망도 없는 부모에게 끝도 없이 병원비를 댈 수는 없다. 자식들도 자기 가족 먹여살리는 데 허덕이고 이들 대부분도 노후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2026년, 노인병원비 부담이 더 이상 자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한계에 왔음을 인식하자. 자식들에게 집을 해줄 게 아니라 노인의 생활비, 의료비를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