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백 년 된 참다래나무 돌려주세요!
  • 편집국
  • 등록 2026-04-28 16:09:34

기사수정

참다래나무가 있던 자리 - 뿌리째 뽑아가고 커다란 구멍만 남았다


장산 석태암 옆 등산로 한편에 ‘조선의 키위’라고 불리는, 커다란 참다래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해마다 5월이면 노란 꽃을 피웠고, 8월경에는 손톱만 한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석태암 월인 주지 스님은 과거 팔공산 갓바위 사찰에 있을 때부터 참다래나무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아꼈다.


지난 4월 어느 날 아침, 산책길에서 주지 스님을 우연히 만나 참다래나무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스님은 평소 참다래나무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지난해 열매가 맺힐 때가 되었는데도 나무가 시들시들한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원인을 찾아보니 누군가 참다래나무 밑동에서 30cm 위 줄기 자체를 잘라놓은 상태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수소문하던 끝에 나무 전문가로부터 충격적인 대답을 들었다. 이런 행위는 참다래나무를 훔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보통 오래된 덩굴식물을 옮겨가기 위해 밑동을 잘라놓는다는 것이다. 스님은 해운대구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 참다래나무를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청에서는 보호를 위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겨울이 지나는 동안 누군가 참다래나무를 뿌리째 뽑아갔고, 지금은 그 자리에 커다란 웅덩이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고 한다.



꽃이 핀 참다래나무 (사진제공 : 석태암 주지스님)


스님은 참다래나무 줄기의 굵기로 보아 수령이 약 100년은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이런 덩굴나무를 파가기 위해서는 최소 2~3명은 동원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5월이면 노란 꽃을 피워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던 참다래나무는 이제 자취를 감췄다. 스님이 이끄는 대로 참다래나무가 있던 자리로 가니 깊게 파인 구덩이만이 덩그렇게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장산 석태암은 사찰이기 이전에 주민들의 휴식처와 같은 곳이다. 봄이면 장산에서 진달래가 제일 먼저 피는 곳이자벚나무 고목에서 핀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그 입구에서 100년 동안 서 있던 참다래나무가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귀한 나무인 만큼 함께 즐기면 기쁨이 클 것인데, 어찌 욕심에 가려 이를 독차지하려 뽑아갔을까.” 혼잣말처럼 한탄하는 스님 옆에서, “나쁜 놈들”이라며 욕을 대신 내뱉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영상뉴스더보기
  • 기사 이미지
  • 기사 이미지
  • 기사 이미지
  • 기사 이미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