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스한 봄볕이 해운대 바다 위로 윤슬을 흩뿌리는 4월, 해운대문인협회(회장 이윤정)가 주관하는 ‘제16회 동백시화전’을 찾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동백섬 산책로를 따라 걸린 시(詩)들이 도심의 소음에 지친 이들에게 나직하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문학의 쉼표’가 되어준다. 이번 시화전은 김미순 회장을 시작으로 어느덧 16회를 맞이하며 해운대를 대표하는 문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전시된 작품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해운대의 파도가 시인의 펜 끝에서 어떻게 생명력을 얻는지 목격하게 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가 단순히 종이 위에 머물지 않고, 해운대의 자연 풍광과 어우러져 하나의 ‘입체적인 예술’로 완성된다는 점이다.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시화 너머로 실제 파도가 일렁이고, 붉게 떨어진 동백꽃 사이로 시어들이 스며드는 광경은 오직 이 시화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다.

디지털의 속도가 지배하는 시대에, 걸음을 멈추고 시 한 구절을 음미하는 시간은 사치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내면적 성장’의 과정이다. 시화전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짧은 ‘멈춤’이 주는 평온함이었다. 서로 기대어 하나의 거대한 물살을 이루는 바다처럼, 문학 또한 개별적인 삶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단단한 실타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제16회 동백시화전은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해운대에는 화려한 빌딩 숲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숲을 지탱하는 푸른 시심(詩心)이 도처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아름다운 전시를 준비해준 해운대문인협회와 시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더 많은 이들이 동백섬의 산책로에서 자신만의 ‘푸른 숨표’ 하나를 찾아가길 기대해 본다.
제16회 동백시화전 참관기 / 김삼문 시인 ·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