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뺨검둥오리는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흔한 겨울 철새이자 텃새다. 대천(춘천)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며, 대천호수와 장산계곡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른 아침이면 대천에서 아직 잠을 자거나 갓 깨어나 몸단장에 한창인 놈들을 자주 목격한다. 이들 중 유난히 자주 눈에 들어오는 놈들이 있으니 암수 한 쌍과 총각 한 놈이다.
가끔 대천호수에서 유난히 시끄러운 소리가 날 때 바라보면, 총각놈이 부부 사이를 헤집고 암컷에게 다가가는 것을 수컷이 쫓아내느라 질러대는 소리다. 3년이 지나도록 들이대는 총각놈을 수컷은 다소 과장돼 보이는 몸짓으로 쫓아내고, 총각놈이 잽싸게 도망가면 대천호수 수면 위에 커다란 파장이 만들어지곤 한다. 이쯤 되면 총각놈이 포기할 때도 됐는데 유부녀를 넘보는 게 참으로 끈질기다. 다만 총각놈이 계속 같은 놈인지는 100% 장담하지 못하겠다. 부부 사이를 깨고 암컷을 차지하려고 다른 총각들이 순서를 바꿔가며 덤비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대천호수에서 노니는 흰빰검둥오리 세 마리. 홀로 떨어저 있는 총각놈
겨울철 흰뺨검둥오리 떼가 대천호수를 거쳐 대천으로 이동해도 이들 세 마리는 다른 무리와 어울리지 않고 늘 함께 다닌다. 심지어 다른 무리들이 봄을 맞아 추운 곳으로 떠나가 뒤에도, 이들 세 마리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독특한 조합을 유지하고 있다.
한 번쯤 이들을 눈여겨본 사람이라면, 세 마리가 함께 다니는데 한 마리는 조금 떨어져 있거나, 때로는 총각놈 혼자서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대천호수에서 요란한 “꽥꽥”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총각놈이 암컷에게 접근하다가 수컷에게 쫓겨날 때이다.
대천에서 아침 잠이 덜 깬 총각놈
이 총각놈이 겨울철 그 많은 무리에서 짝을 찾지 못하고 이렇게 유부녀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이들의 수상한 동거가 참으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