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후반의 여성 환자는 재작년 12월경 평소 앓던 천식에 기침이 지속되어 개인 의원에서 치료하였으나 효과가 없어 큰 병원에 가보니 폐에 물이 찼다며 3차병원으로 이송되었다. 3차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보니 폐암 4기에 뼈와 뇌에 이미 전이가 있었다. 치료를 포기하기엔 나이가 너무 젊어 병원에서 권유하는 대로 항암약물치료를 하였다.
방사선치료도 병행했는데 치료 중 경추부(목 부위) 골절이 생겨 목 보호대를 하고 우리 병원에 작년 5월에 입원하였다. 경추골절로 계속 누워있다 보니 둔부에 욕창이 생겨 3차병원의 성형외과에 주기적으로 다니며 치료를 하여 욕창은 몇 달 만에 겨우 완치하였다. 항암약물치료를 3주 주기로 계속하여 15차까지 하고 방사선치료도 주 5회 계속하여 50회나 하였다.
환자는 암 4기 진단 후 15개월을 살며 마지막 10개월을 우리 병원에서 요양하며 보내게 되었는데 서서히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동갑내기 남편이 매일 옆에서 자며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하였다. 남편이 차량정비소를 운영하며 모든 돈으로 치료비를 충당하고 있다.
회진할 때마다 격려를 해주고 남편에게 칭찬도 해준다. “요즘은 부작용은 작고 치료 효과가 좋은 항암제가 매년 개발되고 있으니 계속 치료해 봅시다. 남편의 정성 덕분에 지금까지 온 것입니다.”
2월 초에 검사를 해보니 폐암이 간에 전이가 되었다며 항암제 약물을 바꾸었다. 바뀐 항암제 치료 후 다시 본원에 왔는데 계속 토하고 설사하여 기력이 극히 떨어졌다. 항암제를 바꾸기 전에는 걸어 다니기도 했는데 항암제를 바꾼 이후에는 체력이 극도로 떨어져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아침에 회진 차 병실에 들어가니 눈이 충혈된 환자와 남편의 붉은 눈동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남편이 말했다. “이렇게 고생만 하고 갈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항암치료를 하지 말았을 것을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환자도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항암치료를 하지 않았을 거예요. 살 때까지 살다가 편안히 죽을 것을…. 원장님 저 같은 사람을 보면 항암치료하지 말라고 말해주세요.”
항암약물치료는 꼭 완치를 목표로 하지는 않으며 증상 완화를 위해 하기도 한다. 이 환자는 폐에 물이 차고 호흡이 곤란하여 항암약물치료를 하지 않으면 호흡곤란으로 죽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항암약물이 증상을 완화시키고 완치에 이르기도 하지만 정상세포에도 피해를 많이 주기 때문에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죽는 사람도 있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도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암의 진단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무엇이든지 하려고 한다. 애초에 암 4기로 진단받으면 일단 진정을 하고 암환우회의 모임 등에 가입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암치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어떤 후유증과 합병증이 있는지 먼저 치료해 본 경험을 상세히 알아보는 것이 좋다.
의학통계를 보면 암 초기 진단 시 50년 전에 비해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지만, 암 4기 진단 시 생존율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어 허탈하게 만든다.
암을 진단한 의사는 대개 “항암치료를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데 항암치료를 꼭 하라는 말이 아니고 항암치료를 하겠다면 치료 쪽으로 진행할 것이고, 항암치료를 안 하겠다면 안 하는 쪽으로 진행하겠다는 말이다. 암치료에는 정답이 없다.
항암치료로 병원을 들락거리며 1~2년을 살 것인지,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진통을 완화하며 6개월을 살 것인지는 의사가 아닌 환자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들은 일반인에 비해 항암약물치료하는 비율이 떨어지는데, 이는 항암치료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항암약물치료의 득실을 세심하게 살펴서 행동한다는 의미이다.
2월 말 환자가 갑자기 열이 나면서 폐렴 증세가 나타났다.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어떻게 하겠냐고 물으니 남편은 “이제 한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편안히 마무리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반면 환자는 3차병원으로 가겠다고 하여 응급실로 이송하였다. 고통 속에 죽는 모습을 보지 않아서 큰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휴가를 다녀와 알아보니 3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는 전갈을 받았다. 의료진도 이런 환자를 몇 달간이나 곁에서 지켜보면 지치고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3월 초 제주 성산일출봉 앞에는 유채꽃이 만발하였다. 아, 건강이 이렇게 소중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