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웰다잉(Well-dying) 훈련이 시대적인 과제가 되었다.
동양 고전 <서경(書經)>에 의하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행복 다섯 가지에 대한 글이 있다. 다섯 가지 복이란 장수[수(壽)], 재산이 넉넉함[부(富)],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편안함[강녕(康寧)], 덕을 좋아하고 실천함[유호덕(攸好德)], 하느님께서 주신 명을 따라 살다 죽을 때 편안히 돌아가는 것[고종명(考終命)]으로, 웰다잉이란 바로 편안히 천명(天命)을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분들을 이 세상에서 떠나보내고 새로운 분들을 만나고 있다. 요양병원에 있으면서도 집처럼 편안하게 지내는 사람도 보고,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아예 눈뜨기를 거부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누군가를 원망하고 자기 신세를 한탄하시는 분도 본다. 항상 어딘가를 — 아마도 집이거나 여기가 아닌 고향일 수도 있는 곳으로 — 가기 위해 하루 종일 짐을 싸고 계신 분도 있다.
오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몇 분을 소개한다.
한 분은 아들과 함께 조그마한 캐리어를 끌고 오셨다. 여행을 많이 다니셨는지 낡은 캐리어였는데 요양병원생활도 어찌 보면 인생의 또 다른 여행이다. 입원 전 큰 아들과 상담한지라 어떤 사정인가를 알고 있었지만 막상 90이 다 된 노구지만 눈빛은 예사롭지 않은, 정신이 흩어지거나 인지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고학력자인 그런 분이었다.
소도시의 작은 동네에서 노부부가 따뜻하게 밥해 먹고 행복하게 잘 사시다가 두달전 할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한 번도 밥을 해본 적도 없고 빨래를 해보거나 집안 살림을 해본 적이 없는 영감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자식들 모두 노인을 모실 형편이 안되어 의견을 모아 요양병원으로 모신 것이다. 앨범 몇 개와 옷가지 여러 벌을 넣어 오셨다.
한 번씩 보면 멍하니 먼 산을 보거나, 앨범을 골똘히 보거나 하시다 몇 달 못 살고 부인이 계신 곳으로 가셨다.
오래 같이 살다 부인이 먼저 죽으면 남자는 아주 취약해져 대개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부부 오래 같이 살다 남편이 먼저 죽으면 여자는 편안하게 더 오래 산다는 보고도 있다.
또 한 분은 70대 중반으로 두 분이 행복하게 잘 지내다가 남편이 뇌출혈로 반신불수가 되어 부인의 간호 아래 그런대로 대소변을 받아내고 계셨다. 작은 체구의 부인이 남편을 눕히고 옮기고 하다가 척추 압박골절이 생겨 입원하여 수술을 하다 보니 남편 뒷바라지가 안되어 모시고 온 것이다. 딸 두 분이 간호를 도왔지만 딸들도 가정에 입시생 아이들이 있다 보니 계속 돌보기가 힘들었다.
남자는 몸은 마비가 왔으나 정신은 온전했으므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시며 자기가 모든 이에게 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고 우울증에 빠진 것 같았다. 식사를 거의 못하시고 병원 치료도 거부하는 상태였다. 보호자인 큰딸과 상담한 결과 딸이 울면서 아버지 정신은 정상이고 어머니도 동생들도 자기한테 부탁했으니 계시는 동안 잘 보살펴달라며 간곡하게 말했다.
사람이 느끼는 충격 중에 가장 큰 충격이 배우자의 사망이다. 하지만 배우자가 없어져도 따라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두 분의 경우를 보면서 우리는 지금부터 잘 죽기 위한 훈련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내가 암에 걸렸다면, 노인성 질환에 걸려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지금 나와 함께 밥을 먹고 있는 남편과 아내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건강할 때 미리 대비를 하자는 말이다. 사람은 결국 혼자이고 홀로 길을 걸어가야 한다. 혼자인 사람은 밥도 내가 해먹고 내 옷은 내가 세탁하고 나의 모든 것은 누군가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내가 암에 걸렸다면 항암치료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구체적인 생각도 해야 되고, 실버타운 같은 데도 여러 군데 가보고 요양병원도 여러 군데 다녀보며 알아보는 것도 수명이 늘어난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다.
내 의지대로 내가 할 수 있고 준비되어 있다면 행복하게 노후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죽음은 준비하는 만큼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