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의 반대로 파행 속에 진행된 고리2~4호기 수명연장 공청회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이 부산시민의 안전을 위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데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박 시장은 대통령실 참모가 아니라 부산시민을 위해 고리2~4호기 수명 연장에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부울경 지역 여야 국회의원, 시·도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고리에 원전 사고 발생 시, 부울경 주민의 동시 대피계획이 마련돼 있는가? 시장이 살고 있는 해운대가 고리원전 반경 20km 이내에 있지 않는가? 사고 발생 시 반경 30km 이내 200만 이상의 시민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다고 보는가?
고리2호기 수명 연장으로는 고리1호기의 안전한 폐로도 원전해체산업도 불가능한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있는가? 고리1·2호기가 동시폐로가 돼야 폐로작업이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고, 어렵게 유치한 부울경 원전해체센터도 이 같은 현 정부의 방침 아래에선 진전이 없게 될 것이 뻔한 일 아닌가? 안전한 폐로를 위해서는 고리1~4호기 폐로 로드맵 확보 및 폐로 과정에 민간 참여가 절실하다.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을 비추어 볼 때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원전 밀집 지역인 부울경이 최대피해지역이 될 수 있다는 시민들의 우려가 기우일까? 일본만 해도 원전에 전시 테러 대책 비용이 추가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요구를 정부나 한수원에 할 용의는 없는가?
우리 부산은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5년 한수원의 고리 1호기 재연장에 반발해 부산지역의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약 120개 시민단체가 뭉쳐서 ‘고리1호기 폐쇄 부산 범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해 투쟁한 결과, 마침내 고리1호기 폐쇄 결정을 이끌어낸 ‘시민 승리의 역사’를 갖고 있다.
당시 여당이던 서병수 부산시장조차 ‘고리1호기 폐쇄’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여당 정치인들도 국회 내 위원회 활동이나 산업자원부에 대한 권고 등을 통해 부산지역의 여론을 적극 전달했다. 결국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이 ‘고리1호기 폐쇄’ 노력에 대한 시민들의 심판을 적극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 부산시민 상당수는 고리2~4호기 수명 연장이 고리1호기 때와 마찬가지로 ‘부산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는 폭거’라고 보고 있다. 40년 이상 원전 사고 리스크에 시달려온 원전 입지 주민들에게 불안과 고통을 계속 안겨서는 안 된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도시’인 부산의 시민들이 겪는 불안과 고통에 공감하고, 시민과 함께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는 시장이 되길 기대한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