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드론쇼 (© 연합뉴스)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병오년(丙午年), ‘말띠 해’에 말[馬]이 지닌 길상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작금의 이러한 세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우리 문화와 서양 문화가 모순되게 뒤섞여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서양의 달력 체계에는 병오(丙午)류의 천간지지(天干地支)에 대한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세태의 변화와 함께 문화 또한 끊임없이 변해 간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태의 변화 속에서도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지켜가야 할 당위적 필요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가 바뀌는 이 시기에, 많은 이들이 희망을 담아 맞이하는 병오년 ‘말띠 해’, 말의 전통적 상징과 그 의미를 되새겨 보자.
말은 동서를 막론하고 인류가 길들인 가장 친숙하고 유용한 동물 중 하나다. 실제로 한국 민속에는 말과 관련된 속담이 매우 많다.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 ‘말 타면 견마(牽馬) 잡히고 싶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등등, 말의 성질·용도에서 유래한 속담들이 대표적이며, 대체로 생활·농경·계층질서·도덕관념까지 폭넓게 반영하고 있다.
한편 한국 민속과 역사에서 말은 신성한 영물(靈物)로 여겨지며 하늘과 인간, 이승과 저승, 신성(神聖)과 세속(世俗)을 잇는 매개체로 상징된다. 건국신화에서 말은 건국시조의 탄생을 알리는 예지자로서, 서낭당에 모시는 나무로 깎은 말[木馬]은 산신령이나 지신(地神)의 탈것으로, 무덤에 부장하는 말은 망자의 혼을 하늘로 인도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병오년은 ‘말띠 해’이며 특히 ‘붉은 말’의 해라고 한다. 왜 하필 ‘붉은 말’일까? 천간 병(丙)이 ‘붉은 색’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천체 특히 태양의 운행을 살펴보면 동쪽 지평선 위로 떠서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남중(南中) 했다가 다시 서쪽 지평선 아래로 져서 땅 밑으로 가라앉는다. 그런 까닭으로 고대인들은 천체는 동→남→서→북 방향으로 운행한다고 보았다. 한편 동남서북의 상징색은 각기 푸른색, 붉은색, 흰색, 검은색이다. 그러면 천간 ‘갑·을’은 푸른색, ‘병·정’은 붉은색, ‘무·기’는 중앙의 황색, ‘경·신’은 흰색, ‘임·계’는 검은색의 상징이다. 따라서 병오년은 ‘붉은색’을 상징하는 천간 병(丙)과 말을 상징하는 오(午)의 조합이니 ‘붉은 말’의 해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굳이 ‘띠동물’에 상징색을 부여하는 문화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이러한 문화는 현대에 들어 기업들의 상술에서 비롯된 상업적 변용이라는 지적이다. 그들의 지적대로 띠동물에 상징색을 부여하는 문화가 현대에 와서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를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볼 일은 아니다. 문화는 세태의 변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전통문화와 결부시켜 새해의 시작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희망을 바라는 새로운 문화를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병오년은 ‘붉은 말’ 즉, 적토마의 해이다. 대체로 삼국지 여포의 애마로 알려진, 하루에 천리를 달렸다는 적토마. 그 적토마의 기세처럼 올해부터, 나라 경제도 개인의 소망과 계획들도, 힘차게 도약하여 주저함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길 바란다.
정승욱 / 문학박사 · 대동민속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