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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두 의학박사의 요양병원 이야기(98) 두 갈래 길
  • 편집국
  • 등록 2025-12-23 16: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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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을 걷다 보면 두 갈래 길이 자주 나온다. 어떤 길은 어느 쪽으로 가든지 다시 만나지만 어떤 길은 점점 멀어져 전혀 다른 세상으로 가버린다. 한쪽은 앞이 멀리까지 보여 미래가 보이는 길, 다른 한쪽은 숲으로 막혀 앞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길. 우리는 늘 망설이다 결국 한쪽을 택하고 다른 길을 뒤로 남긴다. 그리고 훗날, 자신이 택한 그 길을 한참 가다 문득 생각한다. ‘그때 다른 길로 갔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김상철(70세) 님은 기침을 오래 하여 정밀검사를 해보니 폐암 4기에 뇌까지 전이되었다는 맑은 하늘에 벼락 같은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몇 차례 이어갔지만, 구토와 통증으로 몸이 버티질 못했다. 

그의 아내는 조용히 내게 물었다. 

“원장님, 이제는 항암치료를 그만둬야 할까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환자 본인의 생각이 제일 중요합니다. 몇 달 남지 않은 그 소중한 시간은 온전히 그분의 것이지요.”

부인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더 이상 치료를 포기하고 남편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습니다.”


암 말기 환자라도 대개 의식은 뚜렷하다. 이분이 인생을 정리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상담역을 해주기도 한다. 

“김 선생님, 여태까지 살면서 인생에서 가장 큰 성취가 무엇이었습니까?” 

그는 한참 동안 천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성취라기보다 이루지 못한 게 하나 있습니다.” 

그러고는 웃을 듯 말 듯 엷은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가 큰 사업을 하셔서 저는 부유하게 자랐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저를 부러워했습니다. 친척이 소개하여 만난 한 처녀가 마음에 들어 결혼까지 생각했지요. 하지만 욕심이 많았던 제 어머니가 차일피일 시간을 끌었습니다. 더 좋은 인연이 있을 거라며 선을 계속 보라고 했는데 수십 번을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처녀는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녀가  결혼식 날을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겁을 했습니다.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당신, 제 진심을 알지요? 저는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시간을 끄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네요. 제발 그 결혼 취소해 주시고 저와 결혼해 주십시오.’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어머니와도 멀어졌습니다. 저는 다음 해 비슷한 집안의 딸과 결혼하여 그런대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힘들 때마다 가지 못한 그 길이 자꾸 떠올랐어요. 그녀와 같이 길을 갔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나는 나대로 이쪽 길을 계속 걸어갔지만 숲속에서 비치는 밝은 햇살 사이로 언뜻언뜻 그녀가 가족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자녀를 키우며 남편도 성공시키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왜 진작 붙잡지 못했을까 눈물이 났습니다.”

회한과 안타까움과 체념으로 그분의 눈빛은 차분하고도 잔잔했다. 

이분은 지금 또 다른 두 갈래 길 앞에 서 있다. 한쪽 길은 남은 고통을 견디며 끝까지 암과 싸우는 길, 다른 길은 고통을 내려놓고 마음에 평화와 안식을 택하는 길. 그가 어떤 길을 택하든, 그 선택이 더 이상 후회로 남지 않기를 빌었다.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속의 두 갈래 길,

몸 하나로 두 길 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덤불 속으로 굽어든 한 쪽 길을

끝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하였다

똑같이 아름답지만 그 길이 더 나을 법하기에

아, 먼저 길은 나중에 가리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법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느 숲속에서 두 갈래 길 만나 나는

나는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다고



어떤 길을 가더라도 후회는 남는 법이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고 어떤 길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가지 못한 그 길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길 역시 힘들고 고달픈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는 늘 선택하며 살아간다.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보자. 내가 가지 않는 그 길은 나와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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