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란 로즈마리를 걷어내고 퇴비를 뿌린 화단
연말을 맞아 대천(춘천) 산책로 주변 녹지공간에 화단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처음 ‘도심 갈맷길 명소화 및 이용환경 개선작업’이란 안내 현수막이 내걸렸을 때 산책로 주변 주민 불편 사항을 해결하려는 공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소형 포클레인이 산책로에 들어서더니 산책로 주변 녹지공간을 뒤집어 퇴비를 넣는 작업을 시작했다. 공사 담당자에게 화단 조성 작업을 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화단 조성 작업이 산책로 이용환경 개선작업이라는 말이다.
산책로 주변 화단 조성 작업은 3년 전 산책로 사이 공터에 화단을 조성하면서 시작되었다. 물론 그전에 구청 관계자와 식재할 화초 종류를 의논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풍접초를 권했던 기억이 있다. 풍접초를 권한 이유는, 어느 날 누가 심었는지 씨앗이 날아와 자랐는지 풍접초가 산책로 옆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에 뿌리를 내리더니 해가 갈수록 더 왕성하게 자라면서 꽃도 나비처럼 예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의견은 묵살되었고, 대신 아주 예쁜 다른 꽃들을 산책로 사이 섬처럼 생긴 공간에 심었다. 대천 물을 양수기로 끌어다 주기까지 하면서 관리했지만, 관리가 소홀해지자 메마른 땅에 화초들이 서서히 시들어 가면서 꽃이 주는 즐거움보다 몇 배나 가슴 아픈 광경을 자아냈다.
버려진 로즈마리
◇ 주민이 애써 가꾼 로즈마리 걷어내
이런 와중에 대천가 도시농부 정의권 씨가 가뭄에도 잘 견디는 로즈마리를 식재해 부분적이나마 로즈마리 군락을 만들어냈다. 주민들과 함께 로즈마리 향기와 차(茶)를 나누고 싶어 화단의 잡초를 뽑는 등 열심히 보살피며 키워낸 산물이었다.
그러나 지난 12월 10일, 화단에서 로즈마리가 자취를 감춘 것을 목격했다. 알고 보니 화단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로즈마리를 다 뽑아내 큰 자루에 쓰레기처럼 버려놓은 것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나? 3년에 걸쳐 척박한 화단에서 물 없이도 비교적 잘 자라는 로즈마리라는 품종을 찾아내 잘 키워낸 것을 하루아침에 다 제거해 버린 것이다. 화단을 조성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알겠으나 애써 주민이 노력한 결과물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가? 비교적 물이 없어도 잘 자라는 품종임이 이미 증명되었음에도 반영할 생각조차 없는 화단 조성 작업에 강한 의문마저 든다.
화단 조성 작업은 누구를 위해 하는지, 산책로의 주인인 주민의 의견은 들어보았는지 묻고 싶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