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동남권의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청년층 이탈이 두드러진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 동안 60만 명의 부산 청년이 수도권으로 이동했으며, 그 규모는 같은 기간 2.6배 증가했다. 2023년에도 2만 명 이상이 부산을 떠났고,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으로 향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역에서 초·중·고 교육을 마친 청년들은 먼저 대학 진학을 위해, 이후 취업을 위해 서울로 이동한다. 이로 인해 지역의 산업·경제·사회·문화적 활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부산이 과연 이 문제를 충분히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오늘날 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과거처럼 삼성 같은 전통 대기업이 아니다. 카카오, 쿠팡 등 디지털 기반 플랫폼 기업이 최우선 선택이다. 결국 부산에 청년이 선호하는 기업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만 마련된다면, 청년들이 굳이 서울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문제의 뿌리는 오랜 시간 지속된 서울 중심 단극 체제에 있다. 국가 산업정책은 중앙집중 구조 속에서 지역별 ‘특성화’를 추진해왔고, 부산은 항만·물류·기계 부품 산업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지역 산업을 시대 변화에서 소외시키는 한계로 작용했다. AI, 클라우드,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도 부산은 여전히 기존 틀 안에 머무르고 있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수도권이 독식하는 상황을 방관해온 것은 뼈아픈 일이다.
부산이 좋은 일자리를 유도할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은 적지 않다. AI와 클라우드 산업의 핵심 시설인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산업을 예로 들어 보자.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전기가 필요한데, 부산은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수도권의 기업들이 지역에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 전국 동일 전기요금 체계 때문이다. G7 국가들 모두 지역차등제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그동안 전국 동일 단가를 지속하여 왔다.
국내의 송·배전 과정에서 손실률이 약 3.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송전에 따른 비용 관련 데이터가 제대로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부산에서 서울까지 500km 송전선로를 기준으로 할 경우 순수 송전 손실률에다 송전설비 관리비를 합치면 13%까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반도체 산업의 경우 생산비용의 20% 수준이고 데이터센터 등은 50% 수준이다. 전기료 비중이 높은 산업군이 수도권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국가적인 전력 낭비일 뿐 아니라 원전 가까이 있는 시민들이 비용을 부담해 수도권 소재 기업들의 비용을 대는 꼴이 된다. 최근 차등제 도입이 시도되고 있으나 수도권·비수도권 등의 두루뭉술한 차등제가 아니라 전송 효율을 고려한 효과적이고 합리적 실비 과금제가 되어야 한다.
지역의 리더들은 각성해야 한다. 대기업을 구걸하듯 유치하겠다는 접근은 벗어나야 한다. 지역 전력 공급에 실비 차등 과금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주요 기업들이 스스로 지역에 터를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현식 / 동명대 교수 · 부산시민의제포럼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