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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중요한 돌봄 : 다가오는 고령사회 붕괴의 경고
  • 편집국
  • 등록 2025-12-09 1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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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고령화의 속도보다 이에 대응하는 정책적 사고가 여전히 숫자, 재정 중심의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각종 세미나, 토론회에서 ‘통합 돌봄’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구호가 되풀이되지만 정작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등 돌봄 최전선의 노동자들은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거의 없다. 사람의 존엄을 지탱하는 핵심 시스템인 돌봄이 정책 논의에서는 여전히 비용 절감 대상으로만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는 한국이 마주할 미래를 미리 경고한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다양한 돌봄 제도를 도입했지만, 결국 재정 우선주의에 매몰되면서 ‘돌봄난민(介護難民)’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비극을 만들었다. 가족 돌봄 부담이 감당 불가능해지자 ‘케어러 이직’이 늘어나고 이는 노동시장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사회 전체의 활력을 약화시켰다. 영국은 돌봄을 시장 논리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 ‘케어 홈(Care Home)’의 질이 하락했고, 팬데믹 시기 수많은 노인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명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미국의 경우 돌봄 서비스가 완전히 계급화되며 중산층조차 연간 10만 달러에 달하는 민간 요양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돌봄 불평등이 사회적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 역시 장기요양보험이라는 제도적 틀은 갖추었으나 가족 돌봄 부담, 추가 비용, 서비스 격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금처럼 추상적 구호와 재정 논리에 매달린다면 한국도 머지않아 ‘돌봄 붕괴 사회’라는 이름의 미래를 맞게 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돈보다 중요한 돌봄’을 국가의 마지막 안전망으로 정교하게 재설계하려는 결단이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다.


첫째, 돌봄 인력 지표를 전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의 근속연수, 이직률, 이직 의도 등을 전국 단위로 공개해 인력 구조의 위험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의 우선순위를 인력 처우 개선과 전문성 강화에 둘 수 있다.


둘째, 돌봄 서비스 결과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돌봄시설 거주자의 기대 여명, 의료적 합병증 발생률, 사망률 등을 공표하여 서비스의 질을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가계 부담 완화와 돌봄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의 추가 비용 부담률, 돌봄으로 인한 빈곤 전락 가구의 규모 등을 밝힘으로써 돌봄 정책을 복지 체계의 중심축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고령화가 두려운 이유는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돌봄 체계를 미래 사회에 맞게 재설계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시스템 붕괴 때문이다. “돈보다 중요한 돌봄”이라는 말은 더 이상 미사여구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에 남길 수 있는 가장 미래지향적인 투자다.


조만태 / 살루스해운대통합돌봄센터 원장 ·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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