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상풍력단지
부산은 그동안 해상풍력 추진 과정에서 경관 훼손 논란이 반복되었다. 해운대·광안리·기장·송정 등 관광 중심 해안에서 풍력발전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반대 여론이 확산되었다. 문제는 해안에서 수 km 이내의 ‘연안형 고정식 풍력’을 전제로 논의가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술적 조건이 달라진 지금, 부산은 울산처럼 ‘먼바다 부유식 해상풍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경관문제, 환경문제, 주민 여론, 지역 에너지 자립 등 여러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부산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바로 위 울산광역시는 풍력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 부산은 고정식 풍력을 해안에서 5~10km 이내에 설치하려 했다. 이 범위는 해수욕장과 관광 거점과 중첩되고, 수심도 30~50m로 얕아 여러 제약 요건이 있었다. 주민 여론과 동의를 확보하지 못한 채 추진되었고, 결국 사업은 중단되었다.
반면 울산은 20km 이상 더 멀리는 40~80km 외해에서 작동하는 부유식 모델을 선택했다. 수심 150~200m에서도 설치할 수 있고, 지평선 너머로 거의 보이지 않아 경관 갈등이 없다. 조선·해양플랜트 기반을 가진 울산은 글로벌 기업들까지 참여시키며 전진하고 있다. 울산이 선택한 모델이 부산의 해답이기도 하다. 더구나 부산으로는 해양수산부가 이전해 오고 있어서, 명실상부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모범 사례 지역이 될 수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경관 갈등’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해안에서 20km 이상 떨어지면 육안으로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40~80km에서는 지평선 너머로 완전히 사라진다. 덴마크·영국은 30km 이상 설치 시 경관 민원이 거의 없었으며, 노르웨이와 스코틀랜드 사례에서도 생태경관과 관광 영향은 0%로 보고되었다. 즉, 부울경 먼바다 모델은 경관 문제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구상이라 할 수 있다.
부울경 앞바다의 외해 풍황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다. 평균 풍속이 8.5~9.5m/s로 유럽 북해와 거의 동일하며, 부유식 풍력에 매우 적합하다. 또한 수심 100~300m 구간이 넓게 분포하여 고정식은 불가능하지만, 부유식 풍력에는 최적 조건이다. 부산·울산·거제·대마도 사이 외해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한국형 북해(North Sea)’라고 할 만하다.
부산이 선택해야 할 입지도 명확하다. 기장·해운대 동쪽 40~70km 구간은 수심 120~200m이며 풍속이 안정적이어서 사업성이 높고, 가덕도·거제·대마도 중간 외해 또한 경관 문제가 거의 없다. 부산신항·명지·녹산 산업단지는 345kV 변전소와 연계되어 직접 PPA를 포함한 산업단지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부산 전체 차원의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한다. 부산 조선기자재 기업 1,000여 곳은 부유식 하부구조, 앵커, 해저케이블 등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얻는다. 부산항은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그린메탄올 기반의 ‘그린에너지 벙커링’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관광·경관 피해 없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어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제 부산의 풍력 분야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을 연안형 풍력을 최소화하고 외해 부유식 풍력으로 전략을 수정하자. 그리고, 부산·울산·경남 광역 협의체를 구성하고, 미래 IDC(인터넷데이터센터) 및 AI(인공지능) 허브가 들어오는 RE100 산단의 기초를 만들어 가자. 이를 기초로, 부산항 그린에너지 벙커링 전략과 연결하여, 햇빛과 바람과 그린에너지를 통합한 주민 참여형 ‘부산형 바다 연금(Sea Dividend)’ 시대를 열어갈 때가 되었다.
부산이 그동안 해상풍력을 추진하지 못한 이유는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접근 방식의 경직성에 있었다. 이제 부산은 ‘보이는 풍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먼바다 풍력’, 연안형이 아니라 외해형 풍력, 고정식이 아니라 부유식 풍력으로 방향을 바꾸면 위기가 기회로 바뀐다. 먼바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부산의 관광, 해양산업, 지역경제, RE100 전략, 녹색항구도시 비전을 동시에 구현하는 전략이다.
황상규 / ESG평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