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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왜 국민의 삶에 닿지 못하는가?
  • 편집국
  • 등록 2025-11-17 17: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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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만태 복지 칼럼


한국 사회는 복지예산 100조 원 시대를 맞았다. 정부는 복지국가의 완성을 자신 있게 말하지만, 국민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낮다. 복지의 외형은 팽창했으나, 그 내실은 텅 비었다. 노인도, 장애인도, 아동도, 저소득층도 “살기 좋아졌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복지가 지출의 수치로만 존재할 뿐, 삶의 실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해마다 확대라는 단어로 예산을 포장하지만, 실상은 기존 제도 유지에 매몰된 회계적 증가일 뿐이다. 복지 예산의 상당 부분이 행정비용과 위탁비로 흩어지고, 실제 복지 서비스 제공에 투입되는 인력과 자원이 줄어들어 현장 인력의 피로만 쌓인다. 돈은 풀렸지만 돌봄은 비었다는 냉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 


복지의 본질은 지원금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현금 중심의 단기지원에 집착한다. 돌봄 인프라와 사회서비스의 질적 개혁 없이 예산만 늘리면, 결국 빈곤의 순환만 강화될 뿐이다. 또한 사회복지 현장은 행정 서류의 산으로 덮였고, 서비스 제공자는 ‘케어 워커’가 아닌 ‘데이터 입력자’가 되었다. 복지의 행정화가 서비스 제공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한하는 구조로 나타나 복지의 인간화를 삼켜버린 현실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하향식 복지로는, 지역의 다양성과 생활의 맥락을 포착할 수 없다. 복지는 현장으로, 사람으로, 그리고 관계로 내려와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정치권의 태도다. 정치권은 복지를 ‘표심의 도구’로 소비하면서도, 구조개혁의 고통은 회피한다. 매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지원금 공약은 생색내기용 현금 복지로 흐르고, 세대·지역·계층 간 불평등은 심화된다. 복지는 정치적 수사로 남고 국민은 피로와 냉소만을 느낀다. 복지는 더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조차 사라졌다.


이제 단순한 양적 확대의 복지에서 벗어나 통합적인 복지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복지는 의료, 돌봄, 주거, 고용, 교육이 연결된 삶의 생태계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 저출산, 지역소멸이 동시에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는 지역 기반의 통합 돌봄 구축이 핵심이다. 이는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공동체 회복의 사회적 인프라다. 


100조 원의 복지예산이 국민의 손끝과 마음에 닿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윤리적 붕괴다. 복지는 숫자와 통계의 논리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에서 존재의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조만태 / 살루스해운대통합돌봄센터 원장 ·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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