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황상규 ESG 칼럼] 해운대의 지속가능성과 ‘Fail-Safe’사회
  • 편집국
  • 등록 2025-10-22 15:58:15

기사수정
  • 기후위기 시대, 도시와 시민의 새로운 선택
  • < 해운대에서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다 ④ >

해운대 마린시티 (사진출처 : 김주현 사진작가 씨앤프리 블로그)


지난 9월 26일, 화재로 주요 국가 전산망이 마비되었다. 정부24, 국민신문고, 인터넷우체국, 무인민원발급기, 주민등록 시스템,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등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한 시스템들이 멈춰선 것이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UPS(무정전 전원장치)용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고, 이 불이 서버실로 번지면서 전산 인프라가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운영하는 약 1,600여 개 시스템 중 647개 시스템이 중단되었다. 사고 후 거의 한 달이 되어 가는데도, 시스템 복구율이 50% 미만에 머물고 있다.


국가의 신경망이라 할 전산 시스템이 화재 한 번으로 무력화되는 장면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민낯을 드러냈다. 효율성만을 좇아 설계된 구조는 한순간에 취약성으로 돌변했고, 그 결과는 시민 생활 전반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건은 단지 대전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라는 특정 건물과 설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 도시 전체가 취약한 전산망 위에 세워져 있음을 일깨운 것이다.



해운대는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적 도시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해수욕장, 마린시티의 고층 빌딩, 벡스코의 국제회의장, 해운대구청을 비롯한 각종 행정서비스 모두 ICT 인프라와 전력망에 의존하여 움직인다. 그런데 이 기반은 생각보다 허술하다.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상권과 서비스업은 모두 전력과 통신, 데이터라는 보이지 않는 혈맥에 의존한다. 


만약 해운대가 한 번의 대정전이나 전산망 마비를 겪는다면, 그 충격은 관광산업과 시민 생활에 그대로 전이될 것이다. 수많은 시스템이 한곳에 집중된 구조는 효율적이지만, 유사시 재난이 닥칠 경우 그 전체가 무너진다. 해운대 역시 중앙집중형 에너지 그리드에 연결되어 있고, 데이터 및 전산망의 구조 또한 그러하다. 이러한 구조는 한 번의 비상 사태와 장애가 발생할 경우, 곧 지역 경제 전체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Fail-Safe (유사시 안전확보)’ 개념이다. 어떤 시스템도 100% 완벽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패했을 때 어떻게 안전하게 멈추고,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느냐’이다.


선진국의 데이터센터는 이미 분산형, 모듈형, 격리형으로 재설계되고 있다. 미국은 NFPA 855 기준을 통해 리튬 배터리 화재 시 모듈 단위로 자동 침수되도록 설계했고, 유럽은 ESS와 전산 장비에 대해 열 폭주 지연 시간 확보를 의무화했다. 


호주와 독일은 ESS 컨테이너마다 독립된 방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효율성만을 따지는 설계 개념과는 다른 차원이다. 공간을 아끼려다 재난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더 쓰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것이다. 여러 설비를 한 곳에 몰아넣는 대신, 여러 곳으로 나누어 위험을 줄이고 회복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해운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도시 전체에 걸쳐 Fail-Safe 관점에서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핵심적 키워드는 분산형 에너지와 지역 안전망과 시민들의 참여다.


우선, 재생에너지 기반 분산형 전력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해운대의 아파트와 공공건물 지붕, 주차장, 해변 시설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소규모 ESS를 결합하여 ‘마을 단위의 분산형 전력 자립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정전이 발생해도 최소한의 생활 전력은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지역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백업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전산망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해운대 구청이나 부산시 차원에서라도 소규모 지역 백업 센터를 마련해야 한다. 시민 행정 서비스가 외부 장애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안정적 구조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세 번째 과제로는, 시민 참여 기반의 위기 대응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재난은 전문가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시민의 영역이다. 정기적인 사이버 및 전력 재난 모의 훈련, 스마트폰 앱을 통한 실시간 장애 알림, 그리고 주민 참여 활성화와 자율적 협력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대책을 넘어, 시민 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거버넌스(협치)가 담당해야 할 분야이기도 하다. 해운대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위기에 강한 도시, 회복력이 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Fail-Safe’ 개념을 적용한 분산형 인프라, 시민 참여 기반의 대응 체계, 그리고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정책이 결합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황상규 / ESG평가연구소장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영상뉴스더보기
  • 기사 이미지
  • 기사 이미지
  • 기사 이미지
  • 기사 이미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