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병원에서는 대개 재활치료에 큰 비중을 두어 물리치료사의 역할이 크다. 치료실에 가보면 물리치료사들이 땀을 흘리며 손을 이용하여 마사지도 하고 운동도 시키고 여러 가지 기구를 사용하여 재활치료를 한다. 손으로 하는 치료가 의외로 큰 효과를 나타낸다.
어릴 때 배가 아플 때마다 어머니가 옆에 앉아 “먹고 싶어 먹었다. 쑥쑥 내려가라~”하고 말씀하시면서 배를 주물러주면 어느샌가 통증이 사라지며 잠에 빠져든 적이 많다. 감기몸살로 아플 때도 어머니는 머리에 찬 물수건을 얹어주고 손으로 배를 만져주면 병이 낫곤 하였다. 옛날에는 의사도 귀하고 약도 귀하여 어머니의 손으로 병을 거의 다 해결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모든 어머니는 훌륭한 의사이자 유능한 간호사였다.
위장병의 90%가 마음에서 온다. 이 말은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주면 위장병이 낫는다는 말이다. 실제로 걱정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장 입맛이 떨어지고 소화도 잘 안된다. 입원환자 중에 배가 아프다는 환자가 많은데 진통제나 소화제를 주는 것보다 직접 가서 손으로 배를 마사지해 주면 복통이 진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할머니들은 손으로 배를 마사지해 주는 것을 좋아하신다.
“선생님, 먹은 것이 얹힌 것 같습니다”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청진을 한 후 “아, 정말 그렇네요. 쑥쑥 내려가라, 쑥쑥 내려가라”라고 천천히 주문처럼 말을 하며 환자의 배를 시계방향으로 문지르며 마사지를 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노인들은 신체적인 병도 있지만 마음의 병이 더 크다. 자녀들에 대한 섭섭함, 정든 집을 떠난 외로움, 약해진 몸과 오랜 병으로 인한 우울함, 이런 여러 가지 마음의 상처가 겹쳐 있다. 약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러한 정서적인 결핍감을 손 마사지로 충족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할머니는 의료진의 손을 잡고 팔을 당기고 안으려고 하는 분도 계신다. 따뜻한 손길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저렇게 할까 하고 생각해본다. 어떤 할머니는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아 동행하는 간호사가 풀어주는 경우도 있다. 가톨릭계 병원에는 수녀들이 있어 환자에게 정서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노인 환자들에게는 이러한 정서적인 도움이 약물보다 더 효과가 있다.
정 할아버지(87세)는 10년 전에 말기 폐암을 진단받았는데 지금까지 멀쩡하게 지내신다. 암의 진행이 너무 느려 사람보다 암이 먼저 지쳐 죽었는지 하여간 오래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 이분은 오래전에 이혼하여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떠나고 연락이 되지 않아 구청 직원이 모시고 왔다. 이분에게는 회진 때마다 늘 등을 두드려드린다. 등을 계속 두드리면 “원장님 팔 아픕니다. 이제 그만하세요” 하면서 어깨를 옆으로 뺀다.
나는 막내로 태어났는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어머니, 아버지 등을 자주 두드려 드린 기억이 난다. 어머니 등을 두드리면 “아이고, 시원하구나, 키우기 힘들었지만 너를 잘 낳은 것 같구나” 하고 말씀하셨다. 환자의 몸을 손으로 자주 만져주면 라뽀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라뽀’란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관계를 말하는데, 라뽀가 좋으면 치료에 반응도 좋고 병이 빨리 낫는다. 라뽀가 나쁘면 약을 써도 잘 듣지 않고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잘 생긴다.
‘믿지 못하면 쓰지를 말고, 쓰게 되면 반드시 믿으라(不信勿用 用人必信)’는 옛 말씀이 있다. 치료받을 의사를 정할 때 신중해야 하지만, 한번 의사를 결정하면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몸을 맡기는 것이 좋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노인들은 말벗이 필요하고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식사를 잘 하셨는지, 오늘은 기분이 어떤지 여러 가지를 물어보면 환자들은 말이 정리되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지고 얼굴이 상기되며 옛날 젊은 날의 이야기를 해주신다.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었는지,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살아왔는지 이야기해 주신다. “내일 또 이야기해 주세요” 하고 나오지만 이분들은 내일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
어릴 때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놀라던 모습, “우와~ 아버지, 굉장하셨네요. 우와~대단하셨네요.” 아버지에게 짓던 표정과 말을 이곳에서 다시 하고 있다.
요양병원에서는 자원봉사자를 구하고 있습니다. 은퇴하셨거나 시간을 낼 수 있는 분들, 봉사하고 싶은 분들 요양병원에 오셔서 인생 선배들의 말벗이 되어주시길 기원합니다. 10년, 20년 선배들이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어떤 병으로 고생하는지 직접 보고 알면 노후 대비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