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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두 의학박사의 요양병원 이야기(90) 동료 한의사
  • 편집국
  • 등록 2025-07-09 17: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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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지속된다. 연로하신 아버지가 이맘때쯤이면 ‘올여름을 어찌 보낼꼬?’하면서 걱정하던 때가 기억난다. 노인들은 더위와 추위에 취약하여 주로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요양병원은 대부분 양·한방 협진체제로 한의사가 근무한다. 양의(洋醫)와 한의(韓醫)는 병을 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 양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균이 들어와 병이 생긴다고 여겨 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쓰려고 한다. 한의는 인체의 면역이나 저항력이 저하되어 병이 생긴다고 여겨 몸을 보충하는 요법을 시도한다. 


암 치료도 양의는 암세포조직을 적대하여 자르고(수술요법), 부수고(항암약물요법), 태우는(방사선요법) 방식으로 접근한다. 한의는 환자의 면역을 키워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하여 암세포를 소멸시키려고 한다. 지난 80년간 암 치료에 3가지 표준치료(수술, 항암약물치료, 방사선치료)가 대세였지만 그것이 인체의 정상세포와 면역체계에도 큰 해를 미쳐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상황도 생겼다. 


병을 보는 시각이나 치료접근법도 전혀 다른 한의사와 치료에 대한 다양한 대화를 하다 보면 서양의학만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수천 년 내려오며 검증되고 발전된 전통의학인 한의학이 있고 여러 방면에서 양의학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고 있다. 



요양병원에는 입원환자 35명당 의사(한의사 포함) 1명이 있어야 해 100병상은 의사 세 분이, 200병상은 의사 여섯 분이 근무한다. 우리 병원은 300병상의 큰 요양병원인데 의사 일곱 분과 한의사 한 분으로 운영된다. 


한방 선생님 중에는 늦깎이 한의사가 종종 있다. 이전 병원의 한의사 한 분은 공대를 졸업하고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다 다시 한의대를 졸업하고 나온 분이셨다. 우리 병원 한방 선생님은 서울에서 법대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하다 다시 한의대에 입학하여 한의사가 되신 분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한의사가 되어서 그런지 상대에 대한 배려심도 있고 말이 잘 통하여 점심식사 후 자주 산책을 같이 다닌다. 


병원생활을 하면서 많은 직원, 동료들, 아픈 환자들을 대한다. ‘긴병 끝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이 지치고 신경이 곤두서있는 보호자들을 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힘들 때 한방 선생과 이야기를 하면 속이 뻥 뚫릴 때가 많다. 고민을 이야기하면 대화하는 사이에 해결 방법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한다.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해도 큰 행복이다.  


한방 과장은 법대 출신이라 그런지 정치사회에 일가견이 있어 전날 일어난 정치, 사회적 상황을 요약하여 나에게 설명해 주기도 하고 직장 초년생의 어려움이나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해주어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분은 종종 한의학에서 배운 명구절을 들려주기도 한다. 


“중국의 의학서인 황제내경 소문편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마음먹기가 한가하고 욕심이 적으며 마음이 편안하여 두려움이 없다. 시이 지한이소욕 심안이불구(是以 志閑而少欲 心安而不懼).” 


천명(天命 : 하늘에서 준 수명과 운명)을 감사하게 지키는 옛사람들의 마음가짐으로 ‘마음이 편안하면 병도 없어진다’는 내용이다. 골절수술이나 치매, 뇌졸중 입원환자에게 한방치료를 병행하는데 통증도 줄여주지만 한방에 익숙한 노인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데 큰 효과가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양·한방을 잘 활용하면 치료와 요양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지인의 딸이 서른 중반에 두 살 연하의 남자와 결혼했는데 임신이 잘되지 않았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검사를 해도 특별히 이상은 없었다. 그녀는 새벽에 일어나 아침식사도 거르고 직장에서 아이스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며 점심식사도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저녁에도 찬 커피를 자주 마셨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퇴근하면 술을 한잔하고 밤늦게 잠자는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산부인과에서 이상이 없다면 한의원에 가보라고 말했더니 한의원에서 진찰을 해보고는 몸과 자궁이 차서 임신이 잘 안 된다며 찬 음식을 멀리하고 아침에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시고 찬 커피도 끊었더니 몇 달 만에 임신을 하여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양의학이 대부분을 해결하지만 한방도 나름의 장점이 있어 한의학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으니 3차병원에서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한방요법이나 대체요법에 의지해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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