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득한 1900여년전 신라 탈해왕 23년경 이 일대를 장산국이라 하여 거병 30명의 부족 국가가 형성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조선조 중엽부터 봉산으로 지정되어 나라에서 육림, 벌채하였으며, 서기 1714년 이래 동하면민이 기우제를 지낸 것을 시작으로 마고 할머니를 모신 제당을 세워 정, 육월에 제를 모시고, 질병예방과 풍농 · 어를 기원하였다는 기록이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4호”인 동하면 고문서(좌동경로당 보관중 1992년 시립박물관에 기탁한 총 36책) 가운데 “東下大洞中節 萇山神堂重建募緑文”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후 300년 가까이 좌 · 우 · 중동 등의 여섯 마을에서 윤번제로 제를 모셔오던중, 근년에 와서 음력정월에 제를 올리고 그 연원을 이어오고 있는 신성한 제당입니다. 신당 경내에서는 무속, 가무, 촛불, 취사 등 일체의 사행위 및 자연훼손 행위를 금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기 2000년 4월 5일
장산신당보존위원회 · 해운대구청장 · 해운대경찰서장

위 글은 장산 중턱의 상산마고당 입구 위쪽에 세워져 있는 안내석에 새겨진 마고당(麻姑堂)에 관한 설명이다.
◇ 기록의 혼재 및 마고당제 출처 근거 없어
위 내용에서 ‘신라 탈해왕 23년경 이 일대를 장산국이라 하여 거병 30명의 부족국가가 형성되었다’는 구절은 삼국사기 거도열전에 나오는 신라 거도장군의 거칠산국·우시산국 병합 기록에다 조선시대 동래부의 읍지(1740년)에 나오는 ‘옛 장산국은 대군 30명을 일으켜 가야국을 쳤다’라는 기록을 혼합해 놓은 것이다.
전혀 다른 시기의 고서에 나타나 있는 기록을 가져와 거칠산국과 장산국을 혼재해 사용하고 있으며 ‘대군 30명’을 ‘거병 30명’으로 둔갑시켜 혼돈을 주고 있다. 또 탈해왕 23년의 기록이라면 거칠산국이 맞는 표현이다.
그리고 마고당제 시기를 서기 1714년 이래 동하면민이 기우제를 지낸 것을 시작이라 하며 그 출처를 <동하면 고문서>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동하면 고문서> 어디에서도 이런 구절을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동하면 고문서>는 장산마고당을 언급한 사실조차 없다. 다만 기우제와 관련하여 ‘입암(立巖) 기우제는 재송동이 전담하고 하사동(下四洞)은 거행하지 않는다’는 구절만 존재한다.
이렇듯 장산마고당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동하면 고문서>와 <장산신당중건모연문>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두 문서가 좌동 경로당에서 함께 발견되었다 해서 같은 문서로 취급하기 쉬운데, 문서 성격도 다르고 작성된 시기도 엄연히 다르다. <동하면 고문서>에 비해 <장산신당중건모연문>은 1924년에 쓰인 일제강점기 문서로 분류된다.

◇ ‘모연문’을 ‘모록문’으로 잘못 새겨
안내석 내용을 살피는 과정에서 크게 놀랐다. 그동안 ‘중건모연문(重建募緣文)’으로 알고 있었는데 안내석엔 ‘중건모록문(重建募緑文)’이라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난감해 하다 한자를 다시 살피던 중 안내석의 한자가 잘못된 사실을 깨달았다. ‘萇山神堂重建募緑文’이라 안내되어 ‘장산중건모록문’이라 널리 퍼진 문서 이름이 실제 문서와 달랐던 것이다. 좌동 경로당에서 발견된 문서는 ‘萇山神堂重建募緑文’이 아니라 ‘萇山神堂重建募緣文’이다. 원본의 ‘緣(인연 연)’이 안내석에서 ‘緑(푸를 록)’으로 잘못 표기된 것이다.
모연문(募緣文)이란 ‘승려가 시주에게 돈이나 물건을 기부하게 하여 좋은 인연을 맺게 하는 글’을 말하는데 모록문(募緑文)은 존재조차 하지 않는 단어다. 안내석에 한자를 잘못 표기함으로써 마고당 증축의 좋은 뜻을 훼손했으니 그 죄를 어찌 다스려야 할까?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너 마저…
더욱 참담한 것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서조차 ‘장산신당중건록문’으로 소개하고 있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중건모록문’에서 ‘모’자도 빠뜨린 채 ‘중건록문’이라 하고 있으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다른 곳도 아닌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서 엉터리 안내판을 참고해서인지 틀린 한자에다 탈자까지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비단 <한국민속대백과사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상에 마고당을 소개하는 글에서 온통 뜻도 알 수 없는 ‘장산신당중건모록문’이라 쓰고 있는 실정이라 안내판의 글자 수정이 하루가 급하다.
이와 같이 엉터리 내용에다 출처라고 밝히는 자료마저 근거를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한자마저 틀린 글자를 새겨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 안내판이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