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춘첩세월이 참 빠르게도 흐른다. 을사년이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입하를 지나 여름을 향해 치닫고 있다. 입하는 한 해의 7번째 절기로 이때부터 서서히 여름철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7번째라는 순번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시작이 되는 기준은 바로 입춘이다. 그러면 입춘이 한 해의 시작을 의미하는 셈이다.
사실상 천문학적으로는 동지가 한 해의 시작이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겨우내 밤이 길어지다가 동지에 이르러 극에 이르고 마침내 그때부터 비로소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지는 도무지 새해 느낌이 나지 않는다. 동지가 지나고부터 해가 길어진다고 하지만 날이 따듯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소한, 대한까지 더 추워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한을 지나고 대한까지 추위가 절정에 달했다가 비로소 따듯해질 기미가 보이는 입춘을 한 해의 시작으로 느끼게 마련이었다. 전통시대에는 입춘이 되면 거의 설날에 준하는 새해의식을 행했다.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춘첩을 붙이거나 떡국 등의 절식을 해 먹었다.
그러나 태양력 1년은 약 365일이고 태음력 12개월은 약 354일이니, 정작 입춘이 태음력 초하루와 겹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음력과 양력의 조화로운 조합을 위해, 입춘과 가장 가까운 초하루를 새해의 시작 즉, 설날로 정해야 했다. 입춘이 정월 초하루 전후로 보름(15일)을 벗어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절기 입하
그 장치는 바로 중기(中氣)이다. 사실 우리가 아는 24절기는 정확히는 12개의 절기(節氣)와 12개의 중기(中氣)로 나눈다. 중기란 중심이 되는 절기 즉 해당 달의 기준이 되는 절기를 말한다. 음력 정월의 기준이 되는 중기(中氣)는 우수(雨水)이다. 따라서 음력 정월에는 반드시 우수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면 입춘은 정월 초하루에서 앞으로 보름, 뒤로 보름을 벗어나지 않게 된다. 늘 입춘 즈음에 정월 초하루가 정해진다는 말이다.
이렇게 또 음력 2월의 중기는 춘분이 되고, 3월의 중기는 곡우가 되는 형식이다. 그런데 태음력 12개월은 354일이기에 어느 해 어떤 달은 12개의 중기 중 아무것도 포함되지 않는 달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달은 무중월(無中月)이라 하고 그 달은 윤달이 된다. 윤달은 대략 2~3년에 한 번씩 17년에 9번 생긴다. 그러면 양력처럼 4년마다 2월에서 무조건 하루를 더하는 단순한 방법이 아니라, 그 해는 윤달을 포함해서 13개월이 되는 것이다.
올해는 윤달을 포함해서 6월이 두 번 든다. 무중월 바로 앞의 달이 6월이기에 앞선 달을 기준으로 그 무중월은 윤6월이 된다. 윤달은 별도의 달이기에 이달에는 아무리 흉한 일을 치러도 귀신이 알아차리지 못해 탈이 나지 않는다. 올해 윤6월은 양력으로 7월말, 이미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어 국정을 막 꾸려나가기 시작할 때이다. 아무쪼록 훌륭한 지도자가 선출되어 아무 탈 없이 국정을 잘 운영해 주시길 바랄 뿐이다.
정승욱 / 문학박사 · 대동민속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