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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의 천제단 이야기
  • 편집국
  • 등록 2025-04-23 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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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대의 진산(鎭山) 장산 이야기 ❸

장산 천제단 선돌

장산에 천제단(天祭壇) 즉, 하늘에 제사지내는 제단이 있다. 장산은 상산(上山) 즉 ‘하늘산’이다. 그러니 장산에 천제단이 있다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천제’는 지금까지 좌동 향토문화보존사업회가 주관하여 매년 한 차례, 음력 정월에 봉행하고 있다. 


장산 천제단 ‘천신’의 신체는 ‘선돌’이다. 천제단 앞에 서 있는 세 기의 ‘선돌’은 일견 멋없이 삐죽이 선 단순한 돌멩이 같아 보이지만, 의미상 거룩한 ‘천신’ 즉 ‘하늘님’의 상징이요, 화신(化神)이다. 천제단 앞의 안내표지판에는 “동래부 동하면 고문서에 따르면 1714년부터 날이 가물면 천제단에 기우제를 지내 ‘비’를 빌었다”고 적혀 있지만 그 기록의 근거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천제단이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우제처(處)였던 사실로 미루어볼 때, 장산 천제단에서 기우제가 봉행되었다는 것만은 사실로 보아야할 것이다. 


‘선돌’은 어떤 상징적 의미를 가질까? 지금은 그 의미가 와전되었지만, 옛 사람들이 쓰던 말 ‘샌님’은 남성의 범칭으로 ‘누운님’ 즉 ‘누우님’, ‘누님’과 반대 개념의 표현이고, ‘선돌’은 보통 기본적으로 ‘입석’, ‘장군바위’, ‘용바위’ 또는 노골적으로 ‘X바위’ 등으로 불리는 ‘남근석’이다. 그러면 어떻게 천제단의 ‘남근석’이 ‘천신’의 상징이 되며 또 기우제의 대상이 되는지 그 상징적 의미의 연결고리가 궁금하다.


다솔사 앞 장군바위


예전에 충청도 금산군의 몇 개 마을에서 실제 행해졌었던 기우제의 한 형태를 소개하겠다. 마을에 심한 가뭄이 들면 마을 사람들은 ‘용바위’라 불리는 ‘남근석’으로 몰려가서, 새끼줄로 바위를 둘러 묶고 잡아당긴다. 그냥 바위가 무너져라 용만 쓰며 당기는 것이 아니라, 힘을 주어 당겼다가 또 조금 느슨히 풀었다가 실랑이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지켜야할 철칙이 있다. 이 기우제에는 꼭 아낙네들만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상징적 행위의 의미가 짐작이 가실까? 왜 용바위를 잡아당기는 기우행위에 아낙네들만 참여할 수 있을까? ‘용’은 남근의 상징적 표현이며 ‘용두질’은 성적(性的)행위를 의미한다. 그러면 그 기우행위의 결과물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그게 왜 ‘비’와 관련이 있을까? 


미국의 민속학자 단데스는 세계 도처의 문화권에서 ‘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비는 곧 하늘님(천신)의 정액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발표했다. ‘비’는 곧 하늘님의 정액이요, 땅 어머니를 잉태시키고 만물을 생성케 하는 생명의 근원이다. 


인간의 성(性)은 상스럽지 않다. 성적(性的) 욕구는 숭고한 생존본능의 발로이다. 식욕은 당대(當代)의 개체가 생존하기 위함이고 성욕은 인간 종 전체의 생존을 위한 생존본능이다. 프로이트는 성적(性的) 충동을 ‘리비도’라 정의하고 인간의 근본적인 생명 에너지라 했다. 예로부터 우리가 써오던 ‘정력’이라는 단어는 ‘성적(性的)능력’으로 혹은 ‘심신의 활동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남근석’은 상스럽거나 가치 없는 단순한 돌멩이가 아니다. 오히려 민중들의 무의식 속에서 그것은 ‘하늘님’의 화신(化神)이며, 그 속에 내재된 ‘천신사상’은,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프로이트를 비롯한 정신분석학자들은 인간 행동의 90%는 무의식에 의해 결정이 된다고 했다. ‘남근석’은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내재된 ‘천신사상’이자 ‘뿌리사상’의 표현이다.

 

정승욱 / 문학박사 · 대동민속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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