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해운대구는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25년 2월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해운대구의 평균 연령은 46.8세에 이르며, 이는 노인복지, 의료, 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됨을 시사한다. 그러나 고령화 문제는 해운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여러 국가가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며 다양한 정책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 국가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고 해운대구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었던 일본은 정년 연장, 고령자 맞춤형 직업 훈련, 고령자 취업 센터 운영 등을 통해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인들이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케어 이코노미(Care Economy)’개념을 도입하여 노인 돌봄 서비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구조를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노인 친화적 주거 환경을 조성하여 고령층이 보다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운영 중이다. 스웨덴은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 평생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화 전략을 통해 노인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노인들이 기술 변화에 적응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해운대구가 직면한 초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를 참고하여 지역적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해운대구는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11월, 반송동에 개소한 ‘우리동네 ESG 센터’ 3호점은 친환경 노인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퇴원 노인 환자들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 단기 돌봄 지원사업’을 시행하여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만 65세가 되는 주민들에게 복지 혜택을 사전에 안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정보 부족으로 인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해운대구는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노인 일자리 정책의 전략적 재구성으로 단순 반복 노동 중심의 노인 일자리는 고령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지역 산업과 연계한 직무 발굴, 재취업 프로그램, 은퇴 전문 인력의 역량 활용 등이 중요하다. ‘노인 사회공헌 일자리’, ‘경험자 멘토링’ 등 새로운 방식의 일자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
둘째, 노인 친화적 주거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은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라는 원칙 아래, 무장애 주택 개조 지원, 지역 밀착형 복합주거 단지, 스마트 안전 시스템 도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해운대의 고층 아파트 중심 주거 구조를 감안할 때, 주거지 내 물리적·사회적 접근성 향상에 대한 대대적인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디지털 격차 해소 및 평생학습 강화로 스마트시티로서의 기반을 활용해 고령자의 디지털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키오스크 활용 교육, 모바일 민원서비스 이용법 등 실질적 디지털 교육을 확대하고, 지역 평생교육기관과 연계한 커뮤니티 기반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고령자의 사회 참여와 정보 접근성을 동시에 높인다.
넷째, 의료·요양·돌봄이 통합된 지역사회 통합돌봄시스템 구축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그간 분절적으로 제공하던 보건의료,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주거 등을 대상자 중심으로 지역에서 통합·연계, 제공함으로써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은 단기성과가 아닌, 장기적 비전과 실행력에서 그 진정성이 드러난다. 해운대구는 고령화를 위기 아닌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과 자원을 지닌 지역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편적 복지사업이 아닌, 지역사회의 모든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복지 거버넌스의 체계화다. 지금이야말로 해운대구가 선제적 복지도시로 도약할 결정적 시점이다.
조만태 / 살루스플러스 데이케어 원장 ·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