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해운대구 중동과 좌동 모습 (사진 : 해운대구청)
53사단 압축·재배치가 급물살을 타면서 해운대지역 주민들이 기대에 부풀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해제되는 그린벨트 부지 활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시가 밝힌 구상은 그린시티와 맞닿아 있는 해당 부지에 첨단연구단지와 스타트업 기업, 녹지공간 등이 어우러진 첨단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플랜에 앞서 53사단 구역 재배치부터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 53사단 부지를 어떻게 압축하고 재배치하는가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편익과 지역발전이 결정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53사단 부지 내에는 과거 조선시대부터 해운대에서 기장으로 넘어가는 도로가 있다. 지금은 송정터널과 달맞이 도로가 건설되어 있지만 그 이전엔 우현(牛峴, 右峴)이나 우치(牛峙, 右峙)라 불리던, 해운대 좌동에서 송정 소정리와 백동리를 거쳐 기장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고지도를 통해 본 해운대에서 기장으로 넘어가는 도로 - 동래부산고지도(東萊釜山古地圖) 19세기 후반 채색필사본 (2008년 발행 | 발행처 부산광역시)
특히 동해안의 수군이 좌수영으로 올 때 잠시 쉬고 요기도 할 수 있었던 지경참(地境站)이 이 도로상에 있어 역사적으로도 의미있는 곳이다. 지난 2024년엔 군부대의 협조하에 지경참의 위치를 찾아 이 도로를 따라 탐사에 나섰지만 아쉽게도 흔적을 찾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신시가지가 개발되기 전에는 좌동 주민들이 이 도로를 따라 덜컹거리는 트럭을 타고 현 예비군훈련소 건너편 기장 내리 삼정그린코아아파트 자리에 있었던 삼양라면 공장으로 일하러 다녔다.
이처럼 주민들의 애환이 녹아 있고 유서 깊은 도로를 다시 되찾을 방안은 없을까? 가능하다면 군부대를 재배치하면서 이 도로를 중심으로 장산 쪽에 군부대를 배치하고 도로와 고속도로 방면 지역을 민간이 개발할 수 있도록 경계를 정해보자. 지역의 역사와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를 줄 뿐만 아니라 기존 도로와 접속이 쉬워 보다 효율적인 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지역박물관 건립
부산시 플랜대로 첨단사이언스파크도 좋다. 그전에 인근 지역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시설에도 눈을 돌려보자. 그중 하나는 작아도 좋으니 지역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박물관에다 해운대신시가지 개발 당시 발굴되었던 각종 유물들을 전시하여 지역 향토사를 공부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보자.
정관박물관 야외전시관 내 소두방마을의 대형 제사 건물
인근 기장군 정관에는 정관신도시를 건설하면서 발굴된 여러 유물들을 정관박물관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학습공간이 있어 향토사를 이해하고 향토애를 함양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야외박물관에는 당시 유물 주인공들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을 조성해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역사학습장이 되고 있다.
그래서 압축·재배치되는 군부대 자리에 유서 깊은 옛 도로를 다시 잇고 지역박물관을 건립한다면 해운대의 새로운 향토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해운대의 미래는 해운대만의 특별한 향토문화적 가치가 살아 숨 쉴 때 더욱 번성할 것이다. 이번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아 군부대 압축·재배치에 향토사적 시각의 접근을 가져 봄이 어떨까?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