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어릴 때는 온천장과 금강원이 벚꽃의 성지였다. 동물원과 식물원, 케이블카와 어린이 회전목마, 롤러코스트 등 놀이시설이 있었고, 호텔과 여관, 터키탕과 기생들이 춤추는 동래별장도 있었다. 모두 다 일제강점기 일인들이 만들어 놓은 시설들이었다.
금강원 공원은 어린이 어른은 물론이려니와 관광버스를 타고온 전국의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해방감에 젖은 아낙들은 장구를 치며 벚꽃 속에서 흥에 취하여 치마 주우러 다니는 직업군(?)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 시기 수도권 창경궁(창경원)의 밤 벚꽃은 수많은 로맨스를 낳았다고도 전한다.
벚꽃의 원산지가 제주 한라산으로 알려지면서 여기저기 가로수, 아파트단지,대학캠퍼스, 공원 등에 심어 이제는 전국적으로 개나리, 진달래와 함께 이 땅의 봄 전령사가 되었다.
벚꽃을 즐기면서 한때는 왜 하필 일본의 국화를 좋아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회의를 품은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마음의 짐을 완전히 벗어 버렸다. 벚꽃이 일본의 국화도 아니며 원산지도 한국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단지 사무라이들이 한꺼번에 피어 동시에 지는 벚꽃의 생태를 동경하다 보니 마치 국화(國花)처럼 전 일본 국민들이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벚꽃(사쿠라)이 일본의 국화라는 말은 어떤 법전에도 명시된 게 없다. 일본여권의 국화(菊花)문양은 일본 황실의 문장이라 한다.
/ 강우동 바다해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