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에서 본 오륙도
오륙도는 밀물 때 방패섬과 솔섬이 분리되어 5개의 섬이 6개로 보인다는 게 통설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본인의 시각으로, 1832년 초량왜관에서 조선어 통역을 하던 역관인 대마도 출신 오다 이쿠고로(小田幾五郞, 1755년~1832년)가 쓴 초량화집(草梁話集)에 있는 내용이다.
용호동 승두말 현장에서 보면 실제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방패섬은 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바윗덩어리에 불과해 지극히 주관적인 명칭이다.
초량화집보다 앞서 1740년(영조 16) 동래부사 박사창(朴師昌)이 편찬한 <동래부지(東萊府誌)>의 산천조(山川條)에 ‘동관 즉 동쪽에서 보면 6개 봉우리로 보이고, 서관 즉 서쪽에서 보면 5개 봉우리로 보여 오륙도로 불린다(五六島在絶影島東, 峯巒奇在列立海中, 自東觀之則爲六峯, 自西觀之則爲五峯, 故名之以此. 第三峯 有 唐將 萬世德碑)’고 기록하여 전하고 있다. (여기 ‘제3봉 당장 만세덕의 비’는 현재 실전되었음)
하지만 이 기록을 실제 현장의 시각에서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일본인이 기록한 초량화집의 내용 그대로를 시청이나 구청의 모든 자료집, 관광 안내 책자, 홈페이지 등에 베낄 뿐이었다.
동쪽에서 본 오륙도
<동래부지>의 기록은 동래부의 선비들의 시각이라 보면 된다. 그들이 해운대 나들이를 했을 때 해운대백사장 정중앙의 동쪽에서 보면 바로 위 사진과 같이 보이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륙도의 실제 섬은 다섯 개다. 그러나 안개가 끼는 날이면 태종대 앞 주전자섬의 조화와 승두말의 착시현상으로 여섯 개로 보이는 것 뿐이다.
즉, 맑은 날은 태종대 앞의 주전자섬이 오륙도의 중앙에 홀연히 나타난다. 왼쪽으로 수리섬, 송곳섬, 굴섬, 오른쪽으로 솔섬과 승두말이 섬으로 보이는 착시현상과 함께 오륙도는 여섯 섬이 되는 것이다. 이때 등대섬은 키가 큰 굴섬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멀리서 보는 승두말이 흐릿하게 섬으로 보여 여섯 섬이 된다. (따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승두말을 섬으로 보지 않고 안 보이는 등대섬을 넣어도 결론은 동쪽에서는 여섯이다.) 그러나 해무 속에 주전자섬이 묻혀 사라지게 되면 키 큰 굴섬에 가려진 등대섬을 꺼내 세면 또 여섯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일본인의 ‘밀물-썰물’이라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근엄한 우리나라 역사책 동래부지의 ‘동관(東觀)-서관(西觀)’ 시각으로 바꿔 부르기를 권한다.
강우동 / 바다해설사